단독주택과 아파트 각기 다른 관전 포인트
단독주택 집 짓기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한 번은 친구에게 한창 건축 중인 집의 평면도를 보여줬다.
"이게 짓고 있는 집의 1층 그리고 2층 평면도다. 어때?"
"좀 집이 이상하다. 어디가 거실이고?.. 안방으로 어떻게 이동하냐?"
아파트 33평 평면 구조에 익숙한 그는 처음 평면도를 보고 바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어디가 입구이고 거실이 왜 거기에 있는지 복잡하다는 반응이다. 한참 설명을 듣더니 나에게 반문한다.
"그래도 현관이 왜 이쪽이지.. 왜 굳이 다르게 만드냐?"
내가 엉뚱하게 짓고 있나?? 잘하고 있는 건가.. 다들 그렇게 사는 데는 이유가 다 있을 것인데.. 답답한 마음을 안고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너무나 편리하고 친숙하다.'
우리 집은 이제 창문과 지붕까지 올렸다. 외장 마감재 공사만 남기고 내부 목공 작업에 들어가 있다. 아내는 인테리어 가구에 들어갈 각종 손잡이를 검색하느라 눈이 충혈되고 기진맥진해 있다. 나를 보더니 요즘 선택이 즐거움인지 괴로움인지 분간이 안된다며 하소연한다.
"손잡이 모양과 색상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머리 아프면 대충 고르자.."
“그건 아니지!”
결정 장애요인을 계속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 집의 고유성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으니까. 살아가는 동안 뭔가를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참여해서 고르고,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번잡해도 스스로 통제해 간다는 쾌감으로 끈적한 선택의 바다에서 헤엄쳐 나오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세상에 없던 나의 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오죽할까?
그건 더 많은 선택지의 집합체다. 그냥 뚫린 것 같은 창문 하나하나의 크기와 위치 그리고 지붕의 재질과 색상까지 직접 고민한 결과다.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로 희소성이 만들어진다.
그 과정은 다양한 시공자들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데 때때로 설계와 다르게 시공되기도 했다. 그러면 뜯고 다시 시공한다. 처음에는 덜컥 걱정도 되었는데 쓱싹쓱싹 해결된다. 어떨 때는 최초 설계안보다 더 좋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창문의 높이나 빗물받이 홈통 위치 등 현장에서 개선을 위한 수정이 조금씩 이루어졌다. 최초 설계 계획대로 100% 균일하고 치밀하게 시공되려면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이 공산품이 아니라 '수공예품'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독주택'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보는 감정은 그동안 설레며 분양받은 신축 아파트 감상법과 다르다.
신축아파트는 우선 대단지가 받쳐주는 차별화 시스템,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이 중요하다. 여기서 편리성과 환금성이 나온다. 개별 호수의 아파트 평면구조는 똑같다. 그래서 내 집이 어느 아파트 단지에 속하느냐가 핵심이다. 내 집보다 소속된 단지의 경쟁력이 집값 승부를 결정한다. 그래서 건축 현장을 가서 보면 그 거대함에 벅차오른다.
'같은 무리로 모여 있으니 아무튼 든든한 느낌.'
단독주택은 내가 선택한 디자인과 재료들의 집합체다. 그 자체로서 '험블' 하지만 '유니크' 함도 있다. 이게 집값에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개별성이 높아 리스크도 높다. 현장 앞에 서면 독자적인 도전을 시작했다는 모험가 느낌이 든다.
'홀로 싸우니 폼은 나는데 좀 외로운 느낌.'
어쨌든 서 있기도 힘든 무더운 여름. 집을 향해 이 여름을 버티며 힘을 내 본다.
"인생은 집을 향한 여행이다." <허먼 멜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