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인정

감사하다는 표현 제대로 하자

by김예림

내가 바보라는 걸 인정한다는 건,

어찌 보면 성장의 시작점이다.


이전의 나는

“그래도 잘 하고 있다”는 확언같은 주문을 반복하며

묵은 습관을 합리화하곤 했다. 사실은 합리화라는 작업의 이면에는 그런 나를 인정하지도 못하고 과정이라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판단의 자아가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경영적인 컨설팅을 받으시다, 세준 집의 월세에 대해 현실적인 솔루션에 다다르셨고, 월세를 월에 40만원정도,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셨었다.


바보 김예림은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우주의 흐름이라 생각하고, 새롭게 집을 알아볼 생각을 하며 조급하고 불안한 감정에 시달렸다. 좀 원망스럽기도 하고, 서럽기도 했다. 그간은 공부에도 집중을 못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비가 펑펑 오는 날 비를 맞으며 걷다가. 그저 서러워서 집주인 어르신(아주머니의 남편)께 서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메시지로 적어 보냈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에 너무 취약한, 나로서는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어르신께서는 깜짝 놀라서 다음날 사무실로 오라고 부르시고는, 그간의 속사정, 학업, 학비에 대한 이모저모를 물으셨다. 그리고 사모님과 깊이 이야기를 나누셨다며,


만학도로 자기 삶 살아보겠다며 고군분투하는 학생인데,열심히 사는 사람 장학금은 못 줄 판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세를 연장해주자고 설득하셨단다.


어르신이 사무실로 불러 사주신 자장면은 그야말로 눈물 젖은 자장면이었다. 점심 약속 다녀오시며 내가 밥을 아직 못먹었다는 말에 포장해 오셨단다. 정수기 따뜻한 물에 면을 정성껏 헹궈서, 불은 면을 일일이 풀어주시며 얼른 비벼서 먹어보라 내주시는 정성에 눈물이 났다.


사는 동안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그저 감사하지만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인연에 상처가 깊어서, 특히 남자 어르신은 더 조심스러워했다. 그런데 얼마나 낮은 차원의 옹졸한 마음이었던가.


아직도 나는 감사 인사를 잘 하지 못한다. 그저 내가 잘 사는게 감사 인사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주변에서 받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깊은가. 쓸데 없는 것들에 에너지를 쓰기보다, 지금 내 곁의 사랑과 감사에 순수하게 응답하는 겸허한 사람이 되어야지. 바보 김예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