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운인가?

멈춰 서서 들여다본 사람들

by모모어린


1972년, 파푸아뉴기니의 한 해변. 새를 연구하러 온 미국의 생물학자가 현지의 정치인과 함께 걷고 있었다. 얄리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영리하고 호기심이 많았다. 그는 생물학자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당신들 백인은 그렇게 많은 물건을 만들어 이곳까지 가져왔는데, 왜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물건이 이렇게 적은가.


생물학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인류의 역사 전체가 들어 있었다. 왜 어떤 민족은 총과 쇠와 배를 가지고 다른 대륙으로 건너갔고, 어떤 민족은 그 총 앞에 쓰러졌는가.


그 생물학자의 이름은 재레드 다이아몬드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총, 균, 쇠』라는 바카라에 담는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차이를 만든 것은 사람의 능력이 아니었다. 땅이었다. 어떤 대륙에는 기르기 쉬운 밀과 보리가, 길들일 수 있는 소와 말과 양이 우연히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대륙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어, 같은 기후를 따라 농사법과 가축이 멀리까지 퍼져 나갈 수 있었다. 어떤 민족은 그런 땅에 태어났고, 어떤 민족은 그렇지 않았다. 역사의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것은, 어디에 태어났느냐는 거대한 운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은 운인가.


1928년 9월,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여름휴가에서 돌아와 실험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휴가 전에 치우지 않고 둔 세균 배양 접시 하나에 푸른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런데 곰팡이 주변만 세균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그 곰팡이에서 훗날 인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나온다.


플레밍은 운이 좋았다. 휴가를 떠나며 접시를 치우지 않은 것도, 창문 틈으로 곰팡이 포자가 날아든 것도 우연이었다. 그러나 곰팡이에 오염된 접시를 본 사람은 플레밍이 처음이 아니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그런 접시를 보았고, 실험이 망쳤다며 버렸다. 플레밍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멈춰 서서 들여다보았다.


그보다 70년 앞서 프랑스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는 이렇게 말했다. 관찰의 세계에서 우연은 준비된 정신에만 찾아온다.


2003년,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모아 실험을 한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신문 한 부를 주고 그 안에 사진이 몇 장 실려 있는지 세어 보라고 했다. 운이 나쁘다는 사람들은 평균 2분 동안 꼼꼼히 사진을 셌다. 운이 좋다는 사람들은 단 몇 초 만에 답을 냈다. 신문 두 번째 면에 큼지막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 세세요. 이 신문에는 사진이 43장 있습니다.〉 운이 나쁜 사람들은 사진을 세느라 그 글을 보지 못했다. 신문 중간에는 또 하나의 문구가 있었다. 〈이 글을 봤다고 실험자에게 말하면 상금을 드립니다.〉 이번에도 그것을 발견한 것은 대부분 운이 좋다는 사람들이었다.


행운은 모두에게 같은 신문 위에 실려 있었다. 다만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읽었고, 어떤 사람은 지나쳤다.


1968년, 미국의 한 회사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 실패한다. 그가 만든 것은 잘 붙지만 쉽게 떨어지는, 쓸모없는 풀이었다. 그는 몇 년 동안 회사 안을 돌아다니며 이 풀의 쓸 곳을 찾았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1974년, 동료 아트 프라이가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가 바카라갈피가 자꾸 떨어져 짜증이 나던 어느 일요일, 그 실패한 풀을 떠올린다. 포스트잇은 그렇게 태어났다. 한 사람의 실패와 다른 사람의 짜증이 우연히 만났다. 그러나 실버가 그 풀을 버리고 포기했다면, 프라이에게 떠올릴 것도 없었다.


오늘날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가 운을 이야기한다. 미국의 투자자 워런 버핏은 자신이 20세기 미국에서, 그것도 돈을 다루는 재능이 큰 보상을 받는 시대에 태어난 것을 두고 〈난소 복권〉에 당첨된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시대, 어떤 나라,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날지는 아무도 고를 수 없다.


운은 분명히 있다. 우리가 태어난 땅도, 날아든 곰팡이 포자도, 실패한 풀도 모두 운이다. 그러나 운은 혼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을 알아보는 눈과, 붙잡아 끝까지 놓지 않는 손이 있어야 비로소 운이 된다.


해변에서 얄리의 질문을 들은 것은 다이아몬드의 운이었다. 그 질문을 25년 동안 붙들고 마침내 바카라 한 권으로 답한 것은, 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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