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못생겼다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82 손이 못생겼다 어느 날 돋보기 끼고 손을 한번 쳐다보니 주 름이 백만 개쯤 보인다. 내 손이 언제 이렇게 못 생겨졌는가. 손톱 밑에 아침에 깐 바나나가 시커멓게 끼여있고 손가락 주름 사이사이 식초냄새가 난다. 이 손으로 자식을 해 먹여 키운 것도 아니고 한때는 나도 손 예쁘다 소리도 들었는데 긴 손톱에 핑크색 젤네일 하고 다니고 반짝거리는 왕큐빅도 붙였었다 . 김치는 한 번도 손톱 끝으로도 잡아본 적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핏줄이 튀어나 울퉁불퉁 못생긴 손을 피가 안 통하게 위로 몇 초 들고 있으면 손이 하얘지면서 금방 다시 이뻐지더니 이제는 올렸다 내렸다 해봐도 계속 못생겼다. 결혼하고 나서 부엌에 선 날, 손에서 음식 냄새나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나로서는 큰 결심을 했다. 장 갑도 안 끼고 김치도 딱 잡고 푹푹 썰고 양파도 까고 고기도 조물조물. 지적이고 섹시하고 그런 와이프보다 배고플 때 맛있는 거 뚝딱 만들어주는 와이프.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같은 세계적인 셰프들 하나도 안 부럽게 우리 집 부엌에선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 언제나 척척 만들어져 나오고 우리는 이렇게 매일 잘 먹고 산다 어깨 펴고 살게 해 주려고. 내 손이 엄마손이 되거나 말거나 마박이는 요리해 줄 때마다 밥상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마침내 우리 집 부엌에 미슐랭 3 스타를 주었다. 그나저나 우리 엄마손은 어떻게 생겼나 기억이 안 나네. 한번 보려고 한 적도 없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손가락이긴사람이었는데 # 손이큰사람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