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에 애착하는 삶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95 양말에 애착하는 삶 어디서든 새 양말을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긴다. 서랍을 다 뒤지면 백 켤레는 되고 아직 안 신은 양말도 많은데 또 사잰다. 속옷은 낡은 것을 입더라도 양말은 잘 차려 신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지도 않고 보여줄 것도 아니지만 양말은 특별히 신중하게 골라 신는다. 기분이 산뜻해지고 싶은 날에 핑크나 노랑 같은 밝은 색을 신고 나간다. 일 때문에 회의를 갈 때는 일이 잘 풀릴 것을 염원하며 전날 저녁에 내일 입을 속옷 위에 미리 검은색 새 양말을 경건하게 모셔둔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경우도 미리 신발을 벗을 것을 상상해 너무 튀지 않고 옷과 잘 어울리는 색을 정한다. 핑크에 브라운, 블루에 초록 같은 좀 어긋하는 배색을 선호하고 줄무늬보다 체크, 땡땡이 가 더 좋다. 여름철에는 너무 짧은 것보다 복숭아뼈 위로 살짝 올라오는 길이가 딱 좋고 겨울에는 장딴지까지 올라오는 길이가 좋다. 소재가 부들부들해도 걷는데 미끌거려 불편하다. 발가락을 너무 조이지 않게 품이 넉넉하고 특히 발바닥이 두터우면 신었을 때 푹신하다. 발목밴드가 너무 조이면 피가 안 통할까 걱정된다. 발이 행복해야 그날 만사가 편안하다. 빨고 나면 확 줄어들어 아기양말이 돼버리거나 발목이 늘어나 걸을 때 자꾸 벗겨지면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확 던져 버린다. 자주 빨래를 하면 헌 양말이 될까 봐 한번 신으면 4~5일은 더 신고나야 세탁한다. 혼자 착각인지 몰라도 냄새는 안 난다. 옷도 양말도 안 빨고 오래 입는 걸 좋아한다. 내가 아무리 넉넉하지 못해도 양말만은 돈 안 아끼고 사치를 다 부리고 싶다. 가는 날까지 실컷 양말 낭비하고 평생 양말 걱정 없이 양말 부자로 살리라. 친구랑 둘이 다음생에는 자기 아버지 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 태어나자고 다짐했는데 나는 양말회사 사장딸로 태어나면 되겠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그밖에애착하는것 #파우치 #보온병 #노트와펜 #도시락통 #스티커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