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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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스위스 철학자 '파스칼 메르시어'의 장편소설이다.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 번역되고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을 파고들며 진정한 자기 이해를 돕는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는 이를 두고 “심연을 파헤치는 의식의 심리물”이라 극찬했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과거 포르투갈 독재 정권에 저항한 의사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 여정 속에서 그는 운명적인 문장을 만난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p.65) 이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며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탑승한다.
고전어 교사 '그레고리우스'의 일상은 단조롭다. 어느 날, 그는 다리 위에서 한 포르투갈 여인을 극적으로 구하고, 바카라방에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바카라을 발견한다. 바카라 속의 저자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건네는 철학적 문장에 매료된 그는 30년간 지켜온 익숙한 삶을 내려놓고 충동적으로 리스본행 열차에 오른다. 평생 성실하게 고전문학을 가르쳐 온 남자가 우연한 계기로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작은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던 그가 경험하지 못한 '나머지 삶'을 향해 나아가는 변화는 독자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그의 일탈을 응원하며, 그의 발걸음을 따라 마음이 함께 걷는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레고리우스는 노령의 아드리아나를 만나 그녀의 오빠 프라두의 미공개 편지와 글을 건네받는다. 편지 속 프라두는 고향에 대한 향수, 영혼의 갈증, 그리고 시베리아 같은 고독을 견디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다. 그레고리우스는 이를 통해 프라두의 찬란하고도 비극적인 삶과 마주하며, 그와 연결된 이들을 만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글을 쓰지 않는 삶은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p.152)라는 프라두의 격언처럼, 단 하룻밤 사이 축적된 진실은 그의 내면에서 '불경한 사제'를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댜시 숨쉬기 시작한 프라두의 영혼을 깊이 알아가며, 포르투갈의 역사와 종교, 가족 간의 갈등을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통해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레고리우스가 발견한 프라두와 그의 판사 아버지의 미공개 편지에는 부자간의 비극적인 소통 단절과 실존적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천재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부드러운 독재, 평생 숨 막힐 듯한 고마움을 전하는 동생, 유일했던 친구와 금이 가버린 우정 등 인간관계 속의 수많은 번뇌를 보여준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프라두의 글은 우리가 내면에 묻어두었거나 외피해 온 외로움, 고독, 두려움을 흔들어 깨운다. 번민으로 들끓는 용암 같던 프라두의 영혼이 마침내 "자기를 억누르는 모든 압제와 요구를 태우고 쓸어버"(532쪽)리며 기존의 궤도를 이탈할 때, 그의 발자취를 쫓던 그레고리우스와 독자 역시 자신과 화해하며 진정한 평화를 얻게 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우리를 세운다. 바카라은 우리 내면에 억눌린 욕구를 자극하며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특히 부모와 가족의 영향력을 돌아보게 하며, 타인 중심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겪는 상처를 세밀하게 짚어낸다. 가정 내에서 감정을 숨겨야 했던 불완전한 결핍이 어떻게 슬롯적 관계로 확장되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온 프라두의 탈선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일탈을 감행한 그레고리우스처럼, 우리 역시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삶을 꿈꾸게 만들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자신만의 '나머지 삶'을 발견하고, 영혼의 오랜 목마름을 해소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바카라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