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재미는 알겠는데

경기도 안성 서운산 자연휴양림

by김민수

캠핑은 언제나 내 예상보다 일찍 출발해야 한다는 걸 상기했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 짐꾸리기 시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또 뭘 하다 금세 시간이 흘렀더라. 아마 밥친구인 유튜브를 보다 그랬나 보다.


서운산은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곳이다. 별생각 없이 '인천에서 가깝겠네' 하고 출발했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요즘은 내 MBTI가 정말 J인지 의심스럽다.


2026년 1월 중순이었던 이날은 전날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지만 예보로는 하루면 걷힌다고 했었다. 그러나 안성에 도착할 즈음에는 시야가 더 흐려졌고 미세먼지 농도가 200을 넘겼다. 미세먼지에 예민한 편이지만 이미 100km를 넘게 달려왔으니 낙장불입이다. 너무 먼 길을 왔다.


야영장 앞을 흐르던 개울.

사실 이곳은 숙박시설이나 카라반, 오토캠핑장이 메인이고 야영장 데크는 6개가 있을 뿐이다. 데크는 9㎡로 작은 편이어서 텐트를 피칭하면 여유공간이 많지 않았다. 팩은 나사팩(Screw pegs, 텐트를 고정하기 위한 나사 형태의 팩)을 챙겼고 세 번째 캠핑이 되어서야 가이라인(Guyline, 텐트를 바람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지하기 위한 당김줄)을 설치했다.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은 대기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니까 바람이 크게 불지는 않겠지만 연습 삼아서.


텐트 피칭 속도는 조금 빨라져서 20분에 끝났다. 저녁 식사로 또 삼겹살을 구웠고 2차로 어묵탕을 끓였다. 물론 소주가 빠질 순 없다. 지난번 호명산에서의 첫 삼겹살만큼 감흥은 없었지만 여전히 좋은 저녁식사 메뉴였다. 가히 '캠핑은 먹으러 간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었지만 기분 좋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삼겹살은 다 좋은데 기름 처리가 애매했다.

이번에도 전자바카라을 챙겼지만 읽지는 않았다. 바카라을 읽으려면 좀 더 일찍 야영장에 도착해야 할 것 같다. 금세 취하기 전에. 그래도 『눈물을 마시는 새』는 출퇴근 시간에 틈틈이 읽어서 마지막 4권째에 접어들었다. 저녁식사 후에 혈당 스파이크 때문인지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레이싱 영화인 『포드 V 페라리』를 다시 보면서 눈을 붙였다. 요즘 『그란투리스모 7』에 한창 빠져 있는 중이다.


6개의 데크가 따닥따닥 붙어있어서 밤사이 옆 텐트의 에어매트 소리나 코 고는 소리가 귀에 쏙쏙 들려왔다. 그 얘기는 옆 텐트도 마찬가지의 소리를 듣고 있을 거란 이야기. 야영장 앞의 개울은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고 졸졸 흘러서 그 소리를 밤새 들었다. 집에서 자기 전에 자연의 소리 같은 걸 틀어놓을 때가 있는데 막상 실제로 들으니 생각보다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원하지 않는 소리여서 그랬을까.


잠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이날은 특히 어려웠다. 영하로 떨어진 밤의 텐트 안은 내가 내뿜은 숨으로 결로가 얼어붙었고 침낭이 젖었다. 안쪽까지 젖진 않았지만 찝찝함 때문에 잠을 설쳤다. 누워있는 6시간 동안 깨어있던 시간이 2시간을 넘었다. 열어놓은 환기구 때문에 밤새 양껏 미세먼지를 흡입했고.


밤에 보는 텐트는 어떤 감수성이 생겨나게 한다.

일어나서는 두통과 싸우며 물을 끓여 드립백 커피를 마셨다. 어제 오는 길의 휴게소에서 커피를 사며 얻은 도넛을 같이 먹었는데 앞으로의 내 캠핑 조식메뉴가 커피와 도넛으로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미세먼지는 하루가 지나서도 농도가 아주 조금 내려갔을 뿐 여전히 하늘이 뿌옜다. 그 탓에 구름이 조금 예뻐 보였다.


이번이 세 번째 캠핑이었다. 계속해서 야영장을 다닌 이유는 텐트를 피칭하고 하루를 지낸 뒤 다시 철수하는 과정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이제 먹는 재미는 알겠는데, 또 어떤 재미가 있을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연습은 충분히 한 것 같으니 이제 노지로.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삼겹살과 소주는 반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