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하루에 나를 위한 자리를 남기는 작은 의식, RITUAL
아이를 보내고 집이 조용해졌을 때, 안도하는 마음 뒤로 미안함이 따라올 때가 있습니다.
아이는 분명 사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잠깐은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지 않고, 다음 할 일을 떠올리지 않은 채 앉아 있고 싶습니다.
그 바람이 낯설어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왜 아이가 없는 시간이 반가울까.’
저는 그런 마음을 만날 때, 사랑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따지기 전에 얼마나 오래 자신을 뒤로 미뤄 왔는지 살펴보고 싶습니다. 아이에게는 간식을 챙겨 주면서 내가 배고픈 것은 늦게 알아차리고, 아이의 속상함에는 귀를 기울이면서 내 피곤함에는 ‘조금만 참자’고 말해 온 시간 말입니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에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모스 스웰의 〈아침의 커피 휴식(Morning Coffee Break)〉은 1959년 9월 12일자 《The Saturday Evening Post》의 표지를 장식한 그림입니다.
창밖에서는 아이들이 스쿨버스에 오릅니다. 집 안에서는 한 여성이 빨간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손에는 커피잔이, 무릎에는 펼친 신문이 있습니다. 벗어 놓은 구두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맨발은 편안하게 뻗어 있습니다.
잡지의 당시 해설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에게 찾아온 조용한 휴식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를 향한 사랑과 잠깐의 평화를 반기는 마음이 같은 장면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이 그림에서 벗어 놓은 구두에 시선이 머뭅니다. 작가가 구두에 어떤 상징을 담았는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눈에는 하루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은 모습처럼 보입니다.
밖으로 나갈 때에는 신발을 신고 몸을 일으켜야 합니다. 누군가를 챙기고, 시간을 맞추고, 해야 할 일을 향해 움직입니다. 구두를 벗은 발은 이제 잠깐 힘을 빼도 됩니다.
이 여성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가요?”
커피의 맛일까요. 조용한 집일까요. 아니면 아무에게도 곧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일까요.
그 질문을 우리에게도 건네 봅니다. 나는 언제, 내 몸이 편하게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주고 있나요?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꺼내면, 아이가 상처받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좋은 부모는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즐거워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피곤해도 웃고, 쉬고 싶어도 움직입니다.
하지만 하루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사랑스러우면서도 소리에 지칠 수 있습니다.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잠깐 말없이 앉아 있고 싶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서로 다른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을 ‘양가감정’이라고 부릅니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면서도 혼자 쉬던 시간이 아쉬운 것처럼, 한 관계 안에도 여러 마음이 함께 생길 수 있습니다. 쉬고 싶다는 감정 하나로 아이를 향한 사랑 전체를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강의에서 역할과 존재를 구분해 보자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부모로서 한 말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한 순간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곧바로 ‘나는 사랑이 부족한 엄마’라는 결론으로 옮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필요한 사과를 하고, 다음 대화를 준비하면서도 나의 피로를 함께 인정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지금 조금 지쳤어. 잠깐 쉬고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아이의 나이와 상황에 맞게, 다시 이야기할 때를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라면 다른 보호자에게 잠시 돌봄을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어렵다면 아이 곁에서 물 한 모금을 천천히 마시는 짧은 멈춤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이런 대화는 아이에게도 자신의 상태를 말할 자리를 열어 줍니다. 숙제 앞에서 지친 아이가 “잠깐 쉬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 말을 조금 다르게 들을 수 있습니다. 어디가 어려운지 확인하고, 쉬었다가 시작할 작은 한 가지를 함께 정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읽어 보는 경험이 아이의 마음을 묻는 대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리츄얼은 반복하는 행동에 나를 돌보는 의미를 붙이는 작은 의식입니다. 늘 마시던 커피도 리츄얼이 될 수 있습니다. 컵을 들고도 할 일만 생각하던 순간에, 잠깐 내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손에 닿는 온기, 입안에 남는 맛, 의자에 기대어진 등을 느낍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지.’
피곤하다. 후련하다. 조금 외롭다. 어떤 마음이든 급히 고치지 않고 잠시 알아봐 줍니다.
리츄얼을 또 하나의 숙제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완벽하게 지키지 못해도 됩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일이 몰린 날에는 한 모금조차 여유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놓친 날의 나를 꾸짖지 않고, 가능한 날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그리고 작은 의식이 돌봄의 부담을 모두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계속 밀려난다면, 누가 돌봄을 나누고 내 시간을 함께 지켜 줄 수 있을지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나를 위한 자리를 혼자만의 노력으로 마련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림 속 여성의 커피잔을 다시 봅니다. 아이들은 창밖에 있고, 여성은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잠깐 떨어져 있는 그 장면 안에도 사랑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엄마도 잠깐 혼자 있고 싶습니다. 그 시간을 반가워하는 마음까지 이해받았으면 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하루 안에, 나에게 다정한 시간도 조금은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작은 실천]
오늘 늘 마시는 음료의 첫 모금 만큼은 다른 일을 잠시 멈춰 봅니다.
어깨의 힘을 빼고, 지금 내 마음을 한 단어로 불러 줍니다. 1분이면 충분합니다.
[오늘의 질문]
아이를 사랑하는 하루 속에서, 나는 언제 나에게도 편히 앉을 자리를 내어 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