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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누구의 잘못도 없는 나의 짝사랑

Nickelback – Never gonna Be Alon

by심플한 애플


출처 - 픽사베이




이미 네 옆에 누가 있는데 가끔 눈이 마주칠 때마다 너는 왜 그런 표정이야? 라고 묻고 싶었던 적이 있다. 막상 그 아이의 옆에 다른 사람이 번듯하게 서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의외로 덤덤했던 건 성격이었을까, 자포자기 하는 마음이었을까? 일주일에 2,3번 보내던 안부 문자도 더 이상은 하면 안 될 금지의 행동 같았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하지 않나. 타인이 봤을 땐 아주 단순한 친구간의 안부였을지 몰라도 보내는 나로선 그것이 꼭 연애편지처럼 느껴져서 용납이 안 됐던 것. 하늘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무슨 일인지 의외로 침착했고 도리어 편안해지기 까지 했다.



문제는 친구들이었다. 본인은 세상만사 감정처리 척척 잘 해내고 있는데 옆구석 사람들이 더 어쩌줄을 모르는 상황이 되면 그것이 훨씬 더 난감하다는 것이다. 난 원래도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고 경청하는 자세를 덕목으로 알고 살던 사람인지라 그동안과 똑같은 일상을 발휘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나에겐 단 한 가지, 불편하다거나 민망하다거나 그럴 것 같은 상황 몇몇이 있을 뿐이었다. 발에 차일 듯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어쩌다가 만나게 되는 인연이 하필이면 너여서, 지금 이 상황에 맞아 떨어져서, 그와 마주치게 된다면 어쩌나. 더 최악인 건 그 아이의 옆에 직사광선처럼 밝게 웃고 있을 여자 친구라도 있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가. 냉정하게 생각하면 나만 잘 추스르면 되는 일이었다. 고백을 하지도 않았으니 그는 알 수 없을 것이고 문자 몇 번이야 친구사이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문자 하나하나를 몹시도 불편해 했던 이유는, 그건 그저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싶었고 글을 쓸 때마다 진심이던 나의 마음이 글자 속에 깊게 박혀있던 때문이었다. 마음을 조금 더 덜어내었어야 했다는 생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고 주워 담아진다 한 들 이미 오염되어 버린 마음은 희석도 불가능하다.





“괜찮아?”





친구가 물었을 때 나는 살짝 놀랐던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렇게 갑자기 들이닥칠 질문인줄은 몰랐으니까. 괜찮지 않을 이유가 뭐 있어 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지만 나는 그냥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 오히려 좀 편해 라고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의 마감을 하려던 늦은 오후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중, 불현 듯 가라앉았던 마음에 화 하나가 불쑥 불을 켰다. 고개를 번쩍 들고 한 마디 하고 싶었다. 그런 질문 꼭 지금 했어야 해? 괜찮지 않으면 뭘 해줄 수 있는데? 뾰족해진 마음과 말들이 온 몸과 마음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발광을 부렸다. 내가 참으로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말이 딱이지.



그렇게 피식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을 냄과 동시에 눈가가 뜨끈해졌다. 결국 올 것이 왔구나. 짝사랑의 끝이 이런 것이었구나. 어차피 네가 생각했던 이 사랑의 결말은 이런 것이 아니었니? 나는 슬픔을 회피하는 편이 아니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피하고 싶었단 걸 알았고 친구의 작은 위로에 봇물 터지듯 터져 버린 마음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나만 아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위안이 됐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걸음을 옮겨 여전히 조용하고 안락한 어느 학과 건물 앞 벤치에 앉았다. 조금씩 해가 뒷산으로 저물던 늦은 오후. 짝사랑을 잃고 마음 길을 잃어버린 사람 앞에 노을은 꼭 잡아 먹을 것처럼 아주 선명했고 쏟아져 내릴 것처럼 가깝게 와 닿아 있었다.



슬픔 위에 오래 앉아 있다 시간도 모른채 일어섰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무렵 . 슬픔 위에 오래 앉아 있었던 효력이 있었나 싶도록 감정의 무게도 가벼워졌다. 짝사랑을 하면서 알게 된 수많은 감정들이 나를 조금씩 어른으로 만들어준다는 걸 알았을 때 짝사랑은 너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었구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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