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옷장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계절입니다. 여름 내내 손이 갔던 얇은 셔츠와 반소매 티셔츠는 이제 잠시 자리를 내어주고, 한동안 보이지 않던 니트와 재킷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옷을 바꿔 입는 일만은 아닙니다. 지난 계절의 옷을 잘 보내고, 새로운 계절의 옷을 다시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봄·여름옷을 넣고 가을·겨울 옷을 꺼내는 지금, 몇 가지를 챙겨보시면 좋겠습니다. 매번 똑같은 이 공식이 귀찮더라도 내 송의 수명을 오래 가져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 같은 종류의 옷끼리 모아두세요
니트는 니트끼리, 셔츠는 셔츠끼리, 팬츠는 팬츠끼리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옷장이 깔끔해 보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비슷한 종류끼리 모아두면 다음 계절에 다시 꺼낼 때 가지고 있는 옷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소재와 형태에 맞춰 관리하기도 쉬워집니다.
특히 니트처럼 접어두는 것이 좋은 옷과 재킷이나 셔츠처럼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옷은 보관 방식도 다릅니다. 아무렇게나 한 곳에 쌓아두기보다는 종류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형태가 무너지거나 구김이 심해지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옷장을 정리하는 방법 중 첫 번째는 비슷한 것끼리 모아두는 것입니다.
- 밝은 색과 짙은 색은 가능한 한 나누어 주세요
화이트나 아이보리처럼 밝은 컬러의 옷은 짙은 네이비나 블랙과 장기간 밀착해서 보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옷에 습기가 남아 있거나 염색 상태에 따라서는 오랜 시간 맞닿으면서 색이 묻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밝은 색 옷에 생긴 이염은 생각보다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완벽하게 칸을 따로 나눌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밝은 옷과 아주 짙은 색의 옷이 오랫동안 맞닿지 않도록 구분해 두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보관은 늘 작은 예방에서 시작합니다.
- 계절이 끝난 옷은 깨끗하게 정리한 뒤 넣으세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한 계절 동안 입었던 옷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땀과 피지, 먼지, 음식물 자국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눈에 띄는 얼룩이 없다고 해서 그대로 넣어두면, 몇 달 뒤 다시 꺼냈을 때 누렇게 변색되거나 오래된 냄새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탁이 가능한 옷이라면 한 번 세탁한 뒤 완전히 말려서 넣어주시고, 울이나 실크처럼 관리가 까다로운 소재는 케어라벨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드라이클리닝이 필요한 재킷이나 팬츠 역시 시즌이 끝났을 때 상태를 확인해 필요한 세탁을 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목둘레와 소매 끝, 겨드랑이처럼 땀과 피지가 쉽게 남는 부위는 한 번 더 확인해 보세요.
비싼 옷을 오래 입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깨끗한 상태로 보관하는 것, 이 기본적인 한 가지가 다음 계절의 옷 상태를 크게 좌우합니다.
- 꺼낸 옷은 바로 입지 말고 한 번 환기해 주세요
몇 달 동안 옷장이나 수납박스 안에 있던 옷은 꺼낸 뒤 바로 입기보다 잠시 공기를 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베란다나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 한 시간 정도 걸어두고, 옷에 남아 있던 냄새와 습기를 날려주세요. 다만 울이나 니트 같은 소재는 강한 직사광선 아래 오래 두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옷의 상태도 함께 확인해 보시면 좋습니다. 작은 얼룩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벌레 먹은 흔적은 없는지,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입니다. 계절 옷을 꺼내는 일은 단순한 옷장 정리가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한 작은 검수 과정이기도 합니다.
- 다운은 다시 볼륨을 살려주세요
다운재킷이나 패딩은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충전재가 눌려 있을 수 있습니다. 꺼낸 뒤에는 바로 입기보다 넉넉한 공간에 걸어두고 손바닥으로 가볍게 여러 번 두드려 주세요. 눌려 있던 충전재가 다시 고르게 퍼지면서 조금씩 볼륨이 살아납니다. 특히 좁은 공간이나 압축된 상태로 오랫동안 보관했다면 형태가 돌아오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운의 따뜻함은 결국 충전재 사이에 머무는 공기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충분히 부풀려주는 것도 하나의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하는 일은 조금 번거롭습니다. 하지만 좋은 옷을 오래 입는 방법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깨끗하게 넣고, 비슷한 옷끼리 정리하고, 다시 꺼낼 때 상태를 한 번 살펴보는 것. 그 정도의 작은 습관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옷장을 정리하다 보면 꽤 반가운 순간도 있습니다. 지난겨울 자주 입었던 니트를 다시 발견하고, 잊고 있던 재킷을 꺼내 입어보게 됩니다. 작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도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래서 저는 계절이 바뀔 때 옷장을 정리하는 일을 꽤 좋아합니다. 새로운 옷을 사는 일만큼이나, 가지고 있던 옷을 다시 발견하는 일도 즐겁습니다. 어쩌면 계절이 바뀌면서 우린 소중한 것을 다시 알게 될 수도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