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지만, 늘 기획을 꿈꾼다.

byMickey



2026년 나의 경력은 13년이 되었다. 10년간 남성복 기획을 해왔고 3년의 시간 동안 캐주얼 기획을 했다. 패션을 기획하는 기획 Merchandiser 머천다이저로 일을 해왔다. 내 업에 자부심과 뿌듯함을 가지고 살아왔다. 옷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니, 얼마나 멋진가.


다만 이직이 잦았다. 그리고 그 이직의 순간마다 받는 질문이 있었다. '실패한 브랜드 출신이 뭘 할 수 있느냐' 그리고 '성공시켜 본 적 없는 사람이 뭘 해볼 수 있냐'라는 것이었다. 그것에 대해 언제나 변명 아닌 변명을 했고, 또 그렇게 버텨왔다. 마치 내가 잘 못 한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면 슬롯 초년생, 그러니까 과장을 달기 전에 내가 근무했던 브랜드가 잘 안 된 것이 혹은 사업 철수한 것이 꼭 내 잘못이진 않다는 걸 팀장을 해보면서 알았다. 팀장도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이 부지기수인데, 하물며 담당이 과연 이 실패의 원인을 바카라임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실패를 묻는 질문에 잘못한 것처럼 변명하는 것이 참 서글펐다. 결과론적으로 난 실패한 기획 자니까. 그리고 그게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몇 년이 시간을 면접 때마다 변명하고 이겨내거나 혹은 실패했다.


최근 새로운 브랜드 그리고 회사에 면접을 봤을 때, 물어본 질문이 성공시킨 브랜드가 왜 없다고 물었다. 그래서 말했던 것이 '성공한 것이 없었던 것은 그간의 전체적인 방향이 성공과 괴리감이 있던 브랜드가 많았다.'였고, 또한 '성공한 것이 없이 실패만 해봤으니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는 말이었다.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 있고 이것을 경계하는 팀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기획은 늘 한 번의 대박을 꿈꾼다. 그 한 번의 대박이 나의 몇 년의 편안함 혹은 이직을 쉽게 해 주니까. 하지만 난 그와는 반대로 늘 실패해 왔고 이직은 쉽지 않았다. 그럼 난 묻는다. 성공 한 번 해본 적 없는 기획자는 필요 없을까? 난 과연 이 시대에 이 슬롯에 그리고 이 패션에 필요 없는 존재인가?


난 늘 꿈꾼다. 나의 브랜드를, 나의 캐릭터를, 나의 낭만을. 그래서 지금의 브랜드를 어떻게든 성공시키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꾸준히 이겨내려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나를 채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날 늘 멀리하거나 채용하지 않았다.


누가 맞고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나의 미래는 실패할 수도 있고, 또 성공할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나의 과거의 브랜드가 실패했더라도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남성복과 기획은 단 한 번도 흔들림이 없다는 것. 언제나 우아하고 멋진 남성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꾸는 미래이다.


실패한 기획자에게 남은 건 패배자의 마음일 수 있겠지만, 난 오히려 여기서 마음을 다잡는다. 기회는 올 것이고 기획자는 하나의 성공을 위해 간다. 그 성공이 나를 기억시킬 수 있는 단 하나라는 걸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