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세 번째 주는 세계 수선의 날로, 한국에서도 행사를 한다. 나도 다시입다 연구소와 서울환경연합이 주최하는 서울 행사에 참여하여 부스를 내고 신발 수선 워크숍을 했다.(정확히는 다시입다 연구소, Repair life+design, 브레멘에코, 서울환경연합, 수리상점 곰손, 에코시티 서울 주최에 파타고니아, 1% for the planet 지원이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다소 심드렁한 편이었다. 큰돈 들이지 않아도 저렴하고 좋은 신발을 쉽게 살 수 있는 대량생산이 정점에 달한 시대다. 신발을 고쳐 신는 데에 누가 얼마나 관심을 갖겠는가 말이다. 자기방어적인 냉소가 기본 자세로 잡혔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만도 않아서, 예약자가 7명에. 현장 참여자가 7명 가량으로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신발 트러블도 다양했다. 뒷굽 마모가 심한 케이스, 밑창 전체가 전반적으로 마모된 케이스, 샌들끈이 떨어진 케이스, 굽이 떨어진 케이스, 뒤축이 터진 케이스, 가죽이 유분을 잃은 케이스 등.
이중에서 밑창이 아닌 갑피에 발생한 이상은 즉석에서 처리할 수 없는 터라 불가능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누구나 재료만있으면 따라할 수 있는 관리와 수선’ 취지에 맞는(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염가 수선 의뢰가 되고 만다) 범위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나의 냉소와 달리 ‘잘 맞고 편해서 계속 신고 싶은데 낡은 신발’을 보유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 본성이나 관성에 가까운 속성일지도 모른다. 기술적 한계로 다 처리하지 못해 안타깝다. 접착 성능이 이미 검증된 스티커식 보강재를 좀 더 마련했다면 좋았을텐데.
단골 문제인 뒤축 마모에 대한 간단한 수선 방법은 아직도 발견, 혹은 개발하지 못해서 제조사나 전문점을 찾는게 좋다고 권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건 다 시험해봤지만 신고 벗을 때 마찰로 인한 박리를 이기는 게 없었다. 바느질로 꿰매어 기계적으로 결함하는 것만이 답인데 안으로 오목한 곡면을 바느질하는 건 나도 싫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기술력의 한계인 모양이다. 자동차가 벽을 타고 하늘을 나는 판국에 뒤축 수선은 신발의 존재 이래 더 나은 방도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아이러니 하다.
그나저나 행사에 참여한 덕분에 이름만 듣던 단체 사람들을 직접 만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지난 몇년간 나는 내 바카라의 독자도 거의 보지 못했고 온라인상의 큰 호응도 얻지 못했으며 뭔가를 악착같이 수선하려는 사람도 볼 수 없었으므로 반쯤은 무인도에서 편지를 병에 넣어 띄우는듯한 심정이었는데 의외로 무인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의 노력으로 발생한 일은 아니나 지금껏 아주 헛된 일을 하진 않은 듯하다. 아무튼 신발은 혼자 고칠 수 있어도 고독에서 벗어나려면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