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글쓰기 공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작은 공간 한쪽 벽에는 낮은 바카라장이 길게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크기도 색깔도 제각각인 바카라들이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채 길게 줄지어 꽂혀 있었다. 맞은편에는 작은 냉장고가 놓여 있었고, 다른 한쪽 벽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공방 한가운데에는 여섯 개의 의자가 긴 바카라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곳에는 바카라과 바카라상, 그리고 의자만 있었다.
잠시 후, 건물 안에서 한 분이 걸어 나왔다. 나는 그분을 보는 순간, 글쓰기 선생님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공방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화려한 꽃무늬 투피스 정장을 입은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글쓰기 선생님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 화려한 옷차림과는 달리, 그분에게서는 단정하고 담백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 단정함은 공방의 분위기와도 닮아 있었다. 환하게 인사를 건네셨고, 몇 마디 말을 나누는 사이 처음 만난 사람이라는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선생님은 자리를 안내해 주신 뒤 가방을 정리하셨다. 커다란 바카라상에는 여섯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우리는 나란히 바카라상 한쪽 끝에 앉았다. 나는 꼼짝없이 바카라상의 모서리와 선생님 사이에 끼어 앉게 되었다. 이제 도망갈 수도 없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글은 자주 쓰셨어요?"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선생님은 하나씩 질문을 건네며 나를 알아가셨다. 그 질문에 답하는 동안, 오늘 수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조금씩 윤곽이 잡혀 가는 듯했다. 잠시 후, 선생님은 작은 메모지 한 장을 내게 건네주셨다.
"오늘 아침에 느꼈던 감정 하나를 적어 보세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짧게 써보세요."
글은 쓸 줄 몰랐지만, 그거라면 쓸 수 있었다.
후회
앗 늦잠!
한 시간이나 늦었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등교시켜서 미안!
엄마인 내가 어제 해야 할 숙제를 못하고 잠들다니……
쓰고 나니 창피함이 밀려왔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 품고 있었지만, 막상 '종이 위'에 남은 것은 몇 줄의 서툰 문장이었다. 분명 상상 속의 글은 훨씬 멋있었다. 하지만 현실 속 내 글은 너무도 투박하고 어설펐다. 그 간격만큼 나는 부끄러웠다.
하지만 선생님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너무 좋은 글감이네요."
선생님은 글을 조금씩 다듬어 가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그 말 한마디에 금세 마음이 놓였다. 이어서 우리는 내가 적은 '엄마의 숙제'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늦잠, 아이들, 미안함, 엄마, 숙제. 그리고 후회. 메모지 위에 적힌 평범한 단어들은 하나씩 새로운 이야기의 문이 되었다.
그날 처음 알았다.
평범한 하루 속, 찰나의 순간도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상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글이 된다는 것을.
오래 머문 순간은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글쓰기 수업은 끝이 났다.
하지만 그때는, 그 한 시간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할 줄 전혀 알지 못했다.
9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며 비로소 깨닫는다.
그날 내게 글을 가르쳐 주신 분은 '시인'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분은 글쓰기보다 먼저,
평범한 하루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을 내게 건네주셨다.
나는 그날,
글을 쓰는 법보다
평범한 하루를 바라보는 법을
먼저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