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과거 한 강연의 질의응답 시간에 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지금 들어도 흥미로운 이 물음에, 파인만은 망설임 없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가 기계의 한계를 비관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인간이 '지능'이라는 단어를 정의하고 기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맹점이 있다는 점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파인만의 명쾌한 비유와 통찰은 오늘날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를 마주하는 우리에게도 본질적인 시사점을 던집니다.
파인만은 기계에게 인간의 뇌를 모방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합니다. 그가 든 비유는 '치타'와 '새'였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처럼 달리는 기계를 만들고자 할 때, 치타의 네 다리와 근육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복잡합니다. 그보다 훨씬 간단하고 강력한 해결바카라은 '바퀴'를 다는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행기는 하늘을 날지만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지 않습니다. 앞쪽에 프로펠러를 달거나, 공기를 압축·가열해 뒤로 내뿜는 제트 엔진을 사용하여 날아갑니다.
인간의 사고는 생물학적 신경망과 화학 물질을 통해 작동하지만, 기계는 금속과 반도체, 전기 신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용하는 재료와 물리적 법칙이 다른 만큼, 기계는 인간의 사고 과정을 흉내 내는 방식이 아니라 기계 자체의 구조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즉, 기계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결과에 도달할 뿐'입니다.
우리는 기계의 지능을 평가할 때 묘한 모순을 보입니다.
파인만은 체스를 예로 들며 인간의 편향을 꼬집습니다.
컴퓨터가 보통 사람보다 체스를 잘 두게 되어도, 인간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습니다. 대신 "저 기계가 세계 챔피언(그랜드마스터)도 이길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평소에는 자신이 세계 챔피언 수준 근처에도 가지 못하면서, 기계와 비교할 때만큼은 인간 전체를 '각 분야의 최고 정점에 선 마스터'와 동일시하며 엄격한 기준을 들이댑니다.
반면 단순 연산과 기억력에서 기계는 이미 인간을 압도합니다. 수십 개의 무작위 숫자를 순서대로 혹은 거꾸로 기억해 말하라고 하면 인간은 금세 한계에 부딪히지만, 컴퓨터는 수만 개의 숫자도 순식간에 기억하고 거꾸로 출력하며 계산해 냅니다. 기계의 빠른 연산 방식을 굳이 인간의 느리고 실수투성이인 계산법으로 바꿀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반대로 당시 기계가 극도로 힘들어했던 영역은 '패턴 인식'이었습니다.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의 미묘한 걸음걸이나 머리 모양만 보고도 "저 친구는 잭이구나" 하고 단번에 알아보는 인간의 능력, 혹은 기름때가 묻고 각도가 틀어진 지문을 직관적으로 대조해 내는 능력은 명확한 연산 절차로 정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강연 후반부에서 파인만은 컴퓨터 과학자 더글러스 레넷(Douglas Lenat)의 '유리스코(Eurisko)' 실험을 소개합니다. 특정 규칙을 직접 입력하는 대신, "극단적인 경우를 먼저 시도하라" 같은 휴리스틱(휴리스틱: 어림셈, 발견적 기법)을 부여해 스스로 새로운 규칙을 학습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규칙 기반 가상 해전 게임에 참여하여 인간이 전혀 생각지 못한 전략을 찾아냈습니다. 장갑을 극단적으로 두껍게 두른 거대 전함 한 척을 만들거나, 작은 총 한 자루만 실은 소형 보트 10만 척을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전술을 고안해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파인만이 가장 주목한 지점은 기계가 학습 과정에서 일으킨 '버그'였습니다.
개발자의 지시 무시하기:
연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풀어야 할 과제는 많자, 기계는 개발자(레넷)가 입력한 문제에는 신경 쓰지 않고 넘겨버리는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연산 시간을 절약했습니다.
점수 몰아주기 (규칙 693번의 탄생):
어떤 작업이 성공했을 때 그에 기여한 규칙에 점수를 부여하는 보상 시스템이 있었는데, 기계는 '어떤 일이 성공하든 상관없이 무조건 693번 규칙에 점수를 몰아준다'는 규칙을 스스로 진화시켰습니다. 그 결과 693번 규칙은 하룻밤 사이에 만점에 가까운 최고점을 기록하며 시스템을 독점했습니다.
이 황당한 오류를 두고 파인만은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남겼습니다.
기계가 단순히 시키는 대로 수행하는 계산기를 넘어 '어떻게 하면 일을 덜 하고 점수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찾아내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인간적인 의미의 지능이 싹텄다는 역설입니다.
파인만의 이야기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끊임없이 "진짜 마음이 있는가?", "감정을 느끼며 일하는가?" 같은 질문을 덧붙입니다. 하지만 파인만의 시선에서 볼 때, 결과물의 본질 외에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느낌이나 미적 감상을 굳이 기계에 덧씌워 평가하려는 태도는 인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비행기가 새처럼 날지 않아도 우리를 대륙 너머로 실어 나르듯,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뇌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준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기계만의 고유한 작동 원리와 지능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파인만이 남긴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길어 올려야 할 진짜 관점이 아닐까요.
[출처 및 원본 영상]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질의응답 영상: 기계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
http://www.youtube.com/watch?v=IBFkgyTXR2A&star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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