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오픈AI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https://openai.com/index/how-ai-is-expanding-what-people-do-at-work/
오픈AI가 최근에 보고서 한 편을 냈는데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01. AI 등장으로 인해 다른 직무에 업무를 많이 빼앗기는 직무는 어디일까?
02. 또는 반대로, 다른 직무의 업무를 많이 빼앗아 오는 직무는 어디일까?
OpenAI는 이를 ‘Task Crossover’, 즉 직무 간 업무 이동 또는 직무 경계 넘기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영업 담당자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예전에는 데이터 분석가에게 요청해야 했습니다.
마케터가 홈페이지에서 오류를 발견하면 개발자에게 전달해야 했고, 소규모 사업자가 계약서를 검토하려면 법무 담당자나 외부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했죠.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영업 담당자가 고객 데이터를 직접 탐색하고, 마케터가 간단한 코드를 작성하거나 홈페이지 오류를 확인하고, 소상공인이 광고 문구·재무 계산·계약서 초안을 스스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업무가 사라졌다기보다, 이전에 다른 사람에게 넘기던 업무의 일부가 최초 담당자에게 돌아오고 있는 셈입니다. (OpenA
I)
OpenAI는 미국 ChatGPT 사용자의 업무 관련 메시지 80만 건 이상을 분석했는데,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업무 관련 메시지 중 AI를 어디에 많이 썼는가?
- 일반적인 공통 업무 : 61.5%
- 자기 직무에 해당하는 업무 : 21.8%
- 다른 직무에 해당하는 업무 : 16.8%
여기에서 일반적인 공통 업무란 이메일 작성, 문서 요약, 회의 일정 정리처럼 여러 직군이 공통으로 수행하는 일을 말합니다. 이 공통 업무를 제외하고 직무 특성이 드러나는 메시지만 다시 계산하면, 다른 직무의 업무를 수행한 비중이 43.5%까지 올라갑니다. (OpenAI)
생각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AI가 기존 업무를 조금 편리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사람들이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직접 처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죠.
직무 특화 메시지만 놓고 보면 다른 직군의 업무를 수행한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객 경험 담당자 : 77%
디자이너 : 75%
인사 담당자 : 69%
법무 담당자 : 56%
마케터 : 53%
고객 경험 담당자는 기술 문제 해결, 재무 계산, 마케팅 자료 제작처럼 다양한 업무를 AI에 요청했습니다.
디자이너 역시 디자인만 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엔지니어링, 재무 관련 업무까지 상당 부분 가져왔습니다. 인사 담당자도 규정 검토, 재무 계산, 마케팅, 고객 대응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었습니다. (OpenAI)
다만 여기에는 분모 차이가 있습니다.
위의 77%, 75%는 각 직군의 전체 ChatGPT 메시지 중 비율이 아니라, 이메일 작성처럼 일반적인 업무를 제외한 직무 특화 메시지 안에서 계산한 비율입니다.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직군마다 두 가지 방향이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는 다른 직군의 업무를 많이 가져오는 직군입니다.
디자인, 영업, 인사, 고객 경험 직군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디자이너의 전체 업무 관련 메시지 중 35.2%가 다른 직군의 업무였고, 영업은 32.1%, 인사와 고객 경험은 각각 30.4%였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업무가 다른 직군으로 많이 퍼져나가는 직군입니다.
여기에서는 마케팅과 엔지니어링이 두드러졌습니다.
다른 직군 종사자들이 수행한 업무 중 마케팅 업무가 차지한 평균 비중은 8.9%로 가장 높았고, 엔지니어링 업무가 7.4%로 뒤를 이었습니다. (OpenAI)
쉽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디자이너는 AI를 통해 다른 직군의 일을 많이 가져오는 직군이고,
엔지니어는 자신의 기술 업무 일부를 다른 직군이 수행하게 되는 직군입니다.
마케터는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납니다. 다른 직군의 업무도 많이 가져오고, 마케팅 업무도 조직 전체로 널리 퍼집니다.
왜 마케팅과 엔지니어링 업무가 많이 퍼질까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무 데이터 계산
컴퓨터 프로그램과 시스템 문제 해결
광고 및 홍보물 제작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 설명
정부기관 및 규정 관련 커뮤니케이션
특히 재무 계산과 컴퓨터 문제 해결은 재무·엔지니어링 직군을 제외한 모든 직군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외부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마케팅 관련 업무 중에는 광고, 소셜미디어 게시물, 전단지, 홍보 영상, 프레젠테이션, 제품 소개서, 캠페인용 그래픽 제작 등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OpenAI)
이 업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만, 과업의 초안이나 기본 단계는 언어로 설명하기 쉽다는 것이죠.
“이 데이터를 계산해줘.”
“이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 봐줘.”
“이 상품을 홍보할 문구를 작성해줘.”
“이 규정 내용을 쉽게 설명해줘.”
이런 식으로 AI에 요청할 수 있죠.
그래서 생성형 AI의 영향을 먼저 받는 영역은 반드시 반복적인 단순 업무만이 아닙니다. 언어로 과업을 정의하고 결과를 검토할 수 있는 전문 업무 일부도 빠르게 직무 밖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용량을 보이는 사용자 가운데, 2∼5석 규모의 소규모 워크스페이스에서는 전체 업무 메시지의 18.9%가 직무 경계를 넘은 업무였습니다. 101석 이상 규모의 워크스페이스에서는 이 비율이 16.3%로 낮아졌습니다. (OpenAI)
대기업에서는 법무, 재무, 마케팅, 데이터 분석, 개발 등의 전문 조직이 분리돼 있습니다.
반면 작은 회사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에 전문가가 없으니 AI를 이용해 우선 해결해보게 되죠.
예를 들어 작은 회사의 마케터는 광고 문구만 작성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고객 데이터 분석
홈페이지 오류 확인
홍보 이미지 제작
예산 계산
계약 조건 검토
이런 일을 함께 수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AI가 소규모 조직에서 일종의 ‘가상 전문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다만 보고서도 조심스럽게 표현합니다. 워크스페이스의 좌석 수가 실제 기업 규모와 같지는 않으며, 산업·직무·조직 성숙도 같은 다른 요인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사용하는 상위 25% 사용자에게서는 회사 규모에 따라 일관되게 감소하는 패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OpenAI)
이 보고서를 “AI가 특정 직업을 없애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OpenAI도 이를 명확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고용 감소를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도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AI의 결과물이 실제 업무에 사용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결과물의 품질도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의 검토를 받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메시지 한 건을 분석 단위로 삼았기 때문에, 실제 투입 시간이나 프로젝트 규모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사용자와 8개 직군을 중심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전체 노동시장으로 일반화하기도 어렵습니다. (OpenAI)
따라서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직업이 사라졌다”가 아니라,
사람들이 AI를 활용해 자신의 기존 직무 설명서에 없던 일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존의 AI·일자리 연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접근했습니다.
한 직업이 수행하는 업무 목록을 정한다.
각 업무를 AI가 수행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찾는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업무 목록 자체가 고정돼 있지 않다고 봅니다.
AI가 등장하면 한 직업 안에 있던 업무가 다른 직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기존 직무가 더 좁게 전문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여러 기능을 결합한 넓은 직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 ‘기획자’라는 직함만으로 실제 하는 일을 설명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마케터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획자가 프로토타입을 만들며, 디자이너가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영업 담당자가 고객 세분화를 수행하는 식입니다.
직업이 사라지기 전에 직업 안의 업무 조합이 먼저 바뀌는 것입니다.
앞으로 데이터 분석은 데이터 분석가만의 업무로 남기 어렵습니다.
보고서에도 영업 담당자가 고객 데이터를 직접 탐색하는 사례가 명시적으로 등장합니다. 마케팅·영업·기획·인사 담당자가 AI를 통해 데이터 분석 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현상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OpenAI)
다만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AI에게 파일을 올리고 차트를 만드는 능력
데이터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
올바른 분석 기준을 정하는 능력
분석 결과가 맞는지 검증하는 능력
결과를 실제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능력
첫 번째는 빠르게 대중화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영업 담당자가 고객 데이터를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고객 단위와 주문 단위를 자동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케터가 매출 감소 원인을 분석한다고 해도 매출, 주문, 고객, 상품, 채널 사이의 관계를 모르면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데이터 분석 교육은 코딩 교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재 어떤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가.
한 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표는 어떤 기준으로 계산되는가.
어떤 분석은 가능하고 어떤 분석은 불가능한가.
AI의 결과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검토할 것인가.
이런 내용이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비전문가가 기본 분석을 직접 하게 되면 데이터 분석가의 일이 없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역할의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전의 데이터 분석가가 데이터를 추출하고 차트를 대신 만들어주는 역할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조직 전체가 안전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드는 역할이 커집니다.
데이터 구조 정의
공통 지표 설계
분석 템플릿 제작
AI 분석 결과 검증
잘못된 해석 방지
데이터 품질 관리
권한과 보안 설계
직군별 활용 매뉴얼 제작
분석을 대신 수행하는 사람에서, 조직이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같은 문제가 언급됩니다. 사람들이 기존 전문 분야 밖의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면, AI가 만든 결과를 평가하는 교육과 명확한 검토·바카라임 절차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OpenAI)
AI는 직업을 곧바로 없애기보다, 먼저 직업 안의 업무 구성을 바꾸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다른 부서에 요청하던 일도 직접 처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전문가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초안 작성과 기본 실행의 문턱은 낮아지지만, 결과의 정확성을 판단하고 기준을 만들며 바카라임지는 일은 여전히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조직에서 벌어질 변화는 단순한 ‘AI 대 사람’의 경쟁이라기보다 다음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결국 AI 시대의 직무 변화가 ‘대체’보다 ‘업무 재배치’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보고서 전문 다운로드 링크입니다.
https://cdn.openai.com/pdf/work-at-the-frontier-report.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