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접근하면 취업문이 열리지 않는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PwC가 보고서 한 편을 내 놓았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AI와 노동(채용)시장에 대한 논의는 주로 이 질문을 중심으로 흘러왔습니다.
사람들은 AI가 어떤 직업을 없앨지, 어떤 직무가 가장 위험한지, 앞으로 인간이 얼마나 많은 일을 빼앗기게 될지를 걱정했죠.
그런데 PwC가 2026년 6월 15일 발표한 Global AI Jobs Barometer라는 리포트를 보면, 이제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AI가 어떤 일의 가치를 낮추고, 어떤 일의 가치를 더 높이는가”로 말이죠.
PwC는 전 세계 27개 국가 및 지역, 6개 대륙의 10억 개 이상 채용 공고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AI는 노동시장을 하나의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개의 방향(Two-track)으로 갈라놓고 있습니다.
어떤 직무는 AI 덕분에 더 전문화되고 있고
반면, 어떤 직무는 AI 덕분에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차이가 앞으로의 커리어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직업 단위"로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가는 살아남을까.
마케터는 대체될까.
디자이너는 위험할까.
개발자는 앞으로도 필요할까.
하지만 실제 변화는 직업 단위보다 "업무 단위"에서 먼저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데이터 분석가라고 해도 하는 일은 다양합니다.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
차트를 만드는 일
정기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
지표를 해석하는 일
비즈니스 문제를 정의하는 일
의사결정자에게 분석 결과를 설득하는 일
AI는 이 중 일부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AI가 매우 잘하잖아요. 데이터 요약, 기본 시각화, 단순 비교, 텍스트 정리, 코드 초안 작성, 리포트 초안 생성 같은 일은 이미 상당 부분 AI가 수행할 수 있죠.
하지만 모든 업무가 같은 방식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인간에게 더 많이 요구되는 업무도 생깁니다.
이런 일은 AI가 결과물을 만든다고 해서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국 AI는 직무를 통째로 없애기보다는, 직무 안에 들어 있던 업무들을 다시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더 비싼 일을 하게 되고, 어떤 사람은 더 쉽게 대체 가능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죠.
PwC는 AI가 노동시장을 두 갈래로 나누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Professionalised Roles입니다.
AI가 루틴 업무를 대신하면서 인간의 전문성, 판단력, 리더십, 창의성이 더 중요해지는 직무입니다.
다른 하나는 Democratised Roles입니다.
AI가 업무 수행 장벽을 낮추면서 과거에는 전문가만 할 수 있던 일을 비전문가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직무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는 같은 직무명 안에서도
어떤 사람은 Professionalised 방향으로 이동하고,
어떤 사람은 Democratised 방향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직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SQL로 데이터를 뽑고, 엑셀이나 BI 도구로 표를 만들고, 지난달 대비 매출이 몇 퍼센트 올랐는지 정리하는 일만 한다면 이 업무는 점점 민주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비전문가도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데이터를 조회하고, 차트를 만들고, 요약까지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어떤 분석가는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이 경우 데이터 분석 직무는 오히려 더 전문화됩니다.
같은 데이터 분석가라도 한쪽은 “리포트를 만드는 사람”에 가까워지고,
다른 한쪽은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워집니다.
이 차이가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단순히 고용이 줄었는지만 보면 부족합니다.
PwC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AI를 많이 활용하는 기업이 오히려 생산성, 고용, 임금 측면에서 더 높은 성장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AI 고노출 기업은 저노출 기업보다 생산성 성장률이 더 높았습니다. 특히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상위 기업들은 훨씬 큰 생산성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AI 고노출 기업은 고용 증가와 임금 성장에서도 저노출 기업보다 더 높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 수치는 AI가 무조건 사람을 줄이는 도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AI를 단순 비용 절감 도구로 쓰는 기업도 있겠지만, AI를 성장 도구로 쓰는 기업은 다르게 움직입니다. 반복 업무를 줄인 만큼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도입 자체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느냐입니다.
AI를 도입했지만 업무 방식은 그대로인 기업은 큰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AI를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 역할 분담, 인재 육성, 의사결정 방식을 함께 바꾸는 기업은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AI를 쓸 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로 더 높은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니어 직무에 대한 분석입니다.
AI 고노출 주니어 직무는 과거 시니어에게 요구되던 역량을 훨씬 더 많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리더십, 전략적 사고, 이해관계자 관리,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같은 역량이 주니어 단계부터 요구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변화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과거의 주니어는 반복 업무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자료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선배가 만든 분석을 따라 하면서, 서서히 비즈니스 맥락을 익혔습니다. 처음부터 큰 판단을 요구받기보다는, 작고 반복적인 업무를 통해 기본기를 쌓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AI가 이 반복 업무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반복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주니어가 일을 배우는 사다리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혔던 맥락, 기준, 판단의 감각을 이제는 더 의식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신입과 주니어는 더 어려운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하겠습니다. 빨리 배우겠습니다. 툴을 다룰 수 있습니다.
정도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이런 역량을 초기에 보여줘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데이터 분석 직무 관점에서 보면 메시지는 양면적입니다.
데이터 분석 직무는 분명히 AI 시대에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AI가 확산될수록 기업 안에는 더 많은 데이터가 생기고, 더 많은 자동화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의사결정 지점이 생기는 게 명백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데이터 분석가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 분석 실행자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문제 정의형 분석가는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단순 리포팅 인력은 대체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 설계자는 더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도구 사용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판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은 분석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물론 SQL, Python, 통계, 머신러닝, 시각화 도구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술을 “안다”는 것보다,
기술을 “어떤 문제에, 왜, 어떻게 적용했는가”가 더 중요해집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이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전처리를 했습니다.
시각화를 했습니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정확도가 몇 퍼센트 나왔습니다.
라는 내용은 더 이상 감흥을 주기 어려워질 겁니다.
반면 이렇게 얘기하면 달라 보이겠죠.
AI가 분석 결과를 만들어주는 시대에는,
분석가가 무엇을 추가로 판단했는지가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AI 시대의 경쟁력을 “프롬프트를 잘 쓰는 능력”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AI에게 질문을 잘하는 능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입니다.
AI가 만든 분석 결과는 그럴듯해 보일 수 있습니다.
문장도 자연스럽고, 표도 깔끔하고, 차트도 빠르게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 결과와 타당한 결과는 다릅니다.
데이터 기준이 맞는가.
분석 단위가 적절한가.
비교 기간이 공정한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하지 않았는가.
샘플 편향은 없는가.
이 결과가 실제 비즈니스 맥락과 맞는가.
이 의사결정이 실행 가능한가.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AI 시대의 분석가는 AI보다 계산을 빨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AI보다 차트를 예쁘게 만드는 사람도 아닙니다. AI가 놓친 맥락을 보고, AI가 만든 결과의 한계를 짚고, 그 결과를 인간의 의사결정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입니다. 결국 분석가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AI 결과를 어디까지 믿고, 어디서부터 의심하며, 어떤 판단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집니다.
AI 시대에 개인이 준비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술을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 과정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SQL을 쓸 수 있다.
Python을 쓸 수 있다.
Tableau를 쓸 수 있다.
이런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 이 데이터를 봤는지.
왜 이 기준으로 고객을 나눴는지.
왜 이 지표를 핵심 지표로 선택했는지.
왜 이 분석 결과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지.
이 사고 과정이 드러나야 합니다.
둘째, AI 활용 경험을 단순 사용기가 아니라 판단의 기록으로 바꿔야 합니다.
AI로 코드를 만들었습니다.
AI로 리포트를 요약했습니다.
여기서 끝나면 약합니다.
AI가 제안한 분석 방향 중 어떤 것은 버렸고, 어떤 것은 채택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AI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최종 결론에서 인간의 판단이 어디에 들어갔는지.
이 부분이 보여야 합니다.
셋째, 포트폴리오를 프로젝트 모음이 아니라 의사결정 문서로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좋은 포트폴리오는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내가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문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터 분석 포트폴리오는 작품집이 아니라 판단력의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AI 도구를 깔아주고 직원들에게 사용하라고 하는 수준으로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첫째, 업무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AI가 대신할 수 있는 업무와 인간이 더 잘해야 하는 업무를 구분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업무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둘째, 주니어 교육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단순 반복 업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구조가 약해진다면, 기업은 의도적으로 판단력과 맥락 이해를 훈련시키는 과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신입에게 AI 도구만 주고 알아서 성장하라고 하면 격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 성과 측정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AI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AI를 통해 업무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가.
줄어든 시간을 어떤 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했는가.
고객 경험이 어떻게 개선되었는가.
매출, 생산성, 의사결정 속도, 품질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이런 방식으로 봐야 합니다.
AI 도입의 목적은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과 새로운 가치 창출이어야 합니다.
PwC의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가 보여주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AI는 노동시장을 단순히 없애는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신 일을 다시 나누고,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량의 기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격차는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만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AI를 단순 자동화 도구로 쓰는 사람과,
AI를 판단력과 전문성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쓰는 사람 사이에서 더 큰 격차가 생길 것입니다.
데이터 분석 직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은 점점 흔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로 문제를 정의하고, AI 결과를 검증하고,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사람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닙니다.
기술이 만든 결과 위에 인간의 판단을 얼마나 잘 얹을 수 있느냐입니다.
앞으로의 커리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는 AI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AI 덕분에 더 가치 있어지는 일을 하고 있는가.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거나 커리어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참고 자료 :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https://www.pwc.com/gx/en/services/ai/ai-jobs-baromet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