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공부할 때 확인하고 싶은 작은 기준
AI가 설명한 문장은 이해하기 쉽다. 한 줄씩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데 그 창을 닫고 같은 문제를 다시 만나면 어떨까. 나는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보다, 설명이 사라진 뒤에 무엇이 남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싶다.
가령 퇴근 후 SQL을 공부하는 사람을 떠올려 본다. LEFT JOIN을 설명해 달라고 하면 그럴듯한 예제와 답이 나온다. 읽을 때는 별로 어렵지 않다. 문제는 조건 하나를 다른 위치로 옮겼을 때다. 결과에서 누가 빠지는지 혼자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실제 누군가의 학습 기록이 아니라, 그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만든 가상의 상황이다.
이번 예제에는 아리, 보, 캠이라는 세 사람이 있다. 아리는 통과한 시도와 실패한 시도가 하나씩 있고, 보는 아직 시도하지 않았으며, 캠은 실패한 시도만 있다. 원하는 것은 통과 횟수가 0인 사람까지 모두 남기는 명단이다. 작은 데이터를 만들어 SQLite에서 쿼리를 실행해 보니, 통과 조건을 JOIN의 ON에 둘 때는 세 사람이 남고 WHERE로 옮기면 아리만 남았다. 계산을 끝내는 것과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따로 확인할 일이다.
여기서 보에게 통과한 시도를 하나 더 넣어 본다. 두 쿼리 모두 보의 통과 횟수는 1이 된다. 하지만 캠이 남는지는 여전히 다르다. 바뀐 사람만 보고 넘어가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나는 이런 작은 변형이 공부의 다음 질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답을 다시 읽기 전에, 그대로 남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적어 보는 것이다.
OpenAI가 2025년 소개한 Study Mode도 답을 바로 건네는 대신 질문과 힌트로 이해를 돕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소개 글 자체가 일관되지 않은 동작과 실수를 인정한다. 도구가 공부하는 모양을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저절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긴 학습 계획을 만들기보다 질문 하나를 작게 남기고 싶다. 먼저 예상 결과를 적는다. 막히면 정답 대신 힌트 하나를 부탁한다. 설명을 가리고 조건을 조금 바꾼다. 그리고 내 예상과 실제 실행 결과를 비교한다. 이것은 학습 효과를 측정해 증명한 방법이 아니라, 무엇을 놓쳤는지 관찰하기 위한 제안이다.
틀렸을 때의 다음 행동도 작아야 한다. JOIN이 무엇인지도 아직 낯선데 빈 화면 앞에서 버틴다고 이해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예제 하나를 다시 보고, 질문의 크기를 줄이는 편이 낫겠다. 공부가 안 된다는 막연한 느낌을, 어느 조건을 설명하지 못했는지로 바꾸는 정도면 충분하다.
2011년 퍼듀대의 제프리 카피키와 재넬 블런트는 과학 글을 학습한 뒤 내용을 꺼내 재구성하는 연습이 이후 이해와 추론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보고했다. AI나 SQL을 시험한 연구는 아니다. 다만 익숙한 설명을 한 번 더 읽는 것과, 보지 않고 내용을 꺼내 보는 것을 같은 일로 세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는 근거가 된다.
다음 날을 위해 남길 기록도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늘 시도한 질문, 놓친 규칙, 다음에 바꿔 볼 예제. 종이 한 장으로도 된다. 작은 학습 계획을 둘 곳이 필요하다면 Habitude 같은 도구를 살펴볼 수도 있다. 어느 도구를 쓰든 체크 표시가 알려 주는 것은 공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이해하게 됐는지는 다른 방식으로 물어봐야 한다.
AI와 공부할수록 설명은 쉽게 쌓일 것이다. 나는 그중 하나를 더 저장하기 전에, 창을 닫고 답할 질문 하나를 남기는 쪽을 택하고 싶다. 내일 다시 막히더라도 괜찮다. 적어도 다음에 어디서 시작할지는 조금 더 분명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