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사용자 수보다 먼저 적어 둘 숫자
AI에게 일을 맡기는 서비스를 떠올리면 화면부터 생각하게 된다. 입력창 하나, 실행 버튼 하나, 그리고 쓸 만한 답. 이 정도면 작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버튼을 누를 때마다 돈이 나간다면,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일은 얼마나 반가운 일일까.
Formula Bot의 초기 모습을 보며 그 질문이 남았다. 만든 사람인 데이비드 브레슬러는 2023년 NoCodeLife 인터뷰에서 입력창과 생성 버튼, 결과창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어로 요청하면 AI가 엑셀 수식을 만들어 주는 도구였다. 로그인도 유료 결제도 없었다. 복잡한 기능보다 이미 잘 알던 스프레드시트 문제를 작게 풀어 본 셈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2025년 5월 Indie Hackers 인터뷰에 나온다. 그는 무료로 열어 둔 초기 서비스의 API 비용이 일주일에 수천 달러까지 나갔다고 회고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전년도 규모를 ARR, 즉 연환산 반복 매출 50만 달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두 숫자는 모두 창업자의 주장으로, 내가 장부를 독립 검증한 수치는 아니다. 특히 ARR을 그해 남긴 이익이나 지금의 매출로 읽어서는 안 된다.
내가 눈여겨본 것은 매출 규모보다 무료 버튼의 구조였다. 사용자는 답을 한 번 받아 보지만, 운영자는 그 요청을 처리하는 비용을 부담한다. 같은 사람에게 답을 다시 만들어 주는 동안에도 비용은 쌓일 수 있다. 잘되는 서비스라서 생긴 지출과, 결과가 쓸 만하지 않아 반복해서 생긴 지출은 화면에서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가정을 해 보자. 결과 하나를 만드는 데 100원이 들고, 첫 번째 작업은 한 번에 끝났다. 두 번째 작업은 세 번 고쳐서 겨우 쓸 수 있었다. 세 번째 작업은 한 번 실행했지만 결국 버렸다. 총 다섯 번, 500원을 썼다. 손에 남은 결과는 두 개다.
이 경우 쓸 수 있는 결과 하나의 AI 비용은 100원이 아니라 250원이다. 실제 Formula Bot의 요금이나 운영 수치가 아닌, 계산 방식을 보기 위한 가정이다.
그래서 나는 작은 AI 부업의 기록도 요청 횟수에서 끝나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작업이었는지, 몇 번 다시 만들었는지, 최종적으로 쓸 수 있었는지를 함께 남겨야 한다.
비용을 한데 모아 놓으면 어떤 일을 계속 받아도 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매출이 붙었다면 그 작업의 수입과 나란히 놓고 봐야 하고, 아직 무료로 시험하는 중이라면 적어도 얼마까지 감당할 것인지는 정해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험 운영에 쓸 수 있는 돈을 1만 원으로 정했다면, 그 안에서 유용한 결과를 몇 개 얻었는지부터 확인할 수 있다. 예산이 끝났는데도 결과의 품질이나 재작업 횟수를 설명할 수 없다면, 사람을 더 모으기 전에 기록과 작업 방식을 살펴볼 이유가 생긴다.
무료 사용량 제한이나 요청당 지출 상한도 그때 검토할 선택지다. 이것만으로 사업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계속 실험할 수 있는 크기를 정하는 일에 가깝다.
여기에 내가 들인 시간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안 된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AI 호출 비용만으로 남는 돈을 계산할 수는 없다.
다만 모든 항목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관리하려다 기록을 포기하는 것도 피하고 싶다. 우선 한 작업의 수입, 직접 쓴 돈, 들인 시간을 같은 줄에서 볼 수 있다면 다음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있는 AI 사이드인컴 서비스 Pandas Money에서도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할지 찾는 데서 더 나아가, 시작한 일이 내 돈과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이해하도록 도울 방법이다. 아직 만들고 다듬어 가는 방향이지만, 화려한 수익 숫자보다 작은 작업 하나를 설명할 수 있는 기록에 마음이 간다.
다음 AI 작업을 작게 시험한다면, 나는 실행 버튼 옆에 쓸 수 있었던 결과의 수부터 적어 두고 싶다. 여러분의 작업에서는 한 번에 끝난 결과와 여러 번 고쳐 얻은 결과를 구분하고 있는가. 둘을 나누어 보면 계속할 일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