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다. 길가에 쓰러져 있던 개를 발견했다거나,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앞둔 아이를 데려왔다거나, 다친 고양이를 우연히 만났다거나.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병원으로 옮겨지고, 치료를 받고, 마침내 살아난다. 대개 이야기는 그쯤에서 끝난다. 살아서 다행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이런 일렬의 구조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발견하고, 병원 치료비를 감당하고, 밤을 새워 돌보고,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순간들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여러 아이들을 구조해보면서 알게 되었다. 구조에서 진짜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살아난 아이는 밥을 먹는다. 똥을 싸고 오줌을 누고, 털이 자라고 발톱이 자란다. 사고를 치기도 하고 다른 아이와 싸우기도 한다. 어느 날은 이유 없이 토하고, 어느 날은 절뚝거리고, 어느 날은 평소보다 밥을 조금 덜 먹어서 하루 종일 마음을 쓰게 한다. 그리고 나이를 먹는다.
구조하던 순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이 그렇게 시작한다. 처음에는 나도 입양을 보내려고 했다. 실제로 좋은 가족을 만나 떠난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나이가 많아서, 사람 손을 잘 안타서, 장애가 있어서, 아니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좀처럼 가족을 만나지 못한다. 그 아이들은 하나둘 내 곁에 남았다.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다 키워요?” 그럴 때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단한 각오를 하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그때그때 눈앞에 있는 한 마리를 외면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한 생명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긴 일이었다. 며칠도 몇 달도 아니었다. 어떤 아이에게는 십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수의사이기 때문에 조금은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프면 내가 진료할 수 있고, 약도 줄 수 있고, 위급할 때 바로 처치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수의사라고 해서 모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알기 때문에 더 무서운 순간도 있다. 평소와 다른 호흡을 보면 좋지 않은 가능성들이 먼저 떠오르고, 밥을 먹지 않는 하루가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 안다. 검사 결과의 숫자 앞에서 무너질 때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애써도 결국 보내야 하는 날이 온다. 오랫동안 함께한 아이가 늙고, 병들고, 어느 날 내 곁에서 사라진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이 모든 것을 그만하면 어떨까? 그럼 덜 힘들고, 덜 아프지 않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똑같은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나는 아픈 아이를 품에 안고 병원으로 들어오고 만다. 그 뒤에 얼마나 많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이제는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예전에는 구조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구조는 한 생명의 남은 시간을 내 삶 안으로 들이는 일에 가깝다. 밥을 먹이고, 아프면 돌보고, 사고를 치면 치우고, 늙으면 기다려주고, 마지막에는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 모든 시간이 구조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쉽게 동물을 데려오라고 말하지 못한다. 마음만으로 충분하다고 일단 입양을 해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구조와 입양에는 시간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고, 체력도 필요하다. 때로는 자유를 포기해야 하고, 계획했던 삶의 일부를 바꾸어야 할 때도 있다. 그 일들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입양을 보내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 어렵게 살아난 아이가 또다시 버림받을까 두려워, 입양 보내는 일에 점점 더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저녁이면 밥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고, 겨우 청소해 놓은 바닥에는 금세 발자국이 생기고, 벗어놓은 신발은 가끔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하루가 끝이 나면 아이들은 하나둘 내 곁으로 온다. 어떤 아이는 발밑에 눕고, 어떤 아이는 옆구리에 몸을 붙이고, 어떤 아이는 굳이 내 베개 한쪽을 차지한다.
이제는 안다. 한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생명을 구해낸 어느 하루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평범한 날들을 오래 함께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계속 구조 그 후의 날들을 살아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