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즐기는 온라인 게임인은 어떻게 다른가

by마찌

고등학교 2학년 교실 뒤편이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

옆 분단의 두 명이 작게 속삭였다.

"쟤 진짜 열심히 한다."

"근데 성적은 안 오르잖아. 좀 안쓰럽지 않냐."

나는 바카라을 덮지 못했다.

들리지 않은 척 수학 문제집을 다시 폈다.

내 별명은 '스터디머신'이었고,

동시에 '불쌍한 케이스'였다.

학교에서 가장 오래 바카라상에 앉아 있는 학생 중 하나였지만,

모의고사 점수는 노력의 절반도 보답하지 않았다.

수학 문제 한 줄을 노려봤다.

'이 문제는 무엇을 묻는 거지?' 머리가 무거워졌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몇분 지났을까.

나는 해답지를 펼쳤다.

그날 밤 나는 명문대를 못 갈 운명이 결정됐다는 걸 몰랐다.

알았다면 다르게 살았을까?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는 말은 함정이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같은 말을 한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라.

명상하라. 워라밸을 지켜라. 번아웃을 피하라.

그래서 온라인 게임인 대부분이 회피의 기술자가 된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우회한다.

곤란한 미팅은 미룬다.

까다로운 동료의 메시지는 '내일 답하지' 한다.

착각이다.

스트레스는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설계해야 할 것이다.


Gemini_Generated_Image_z8992ez8992ez899.png<매일의 전쟁터에서 회피하는 가 - Gemini>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 첫 줄을 보라.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이며,

죽고 사는 자리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손자는 한 번도 "전쟁을 피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손자가 말한 것은 다섯 가지(五事)

— 道(명분), 天(시기), 地(지형), 將(장수), 法(체계) — 로

전쟁의 모든 변수를 미리 분해하고 측정하라는 것이었다.

두려워서 눈을 감은 자는 패배한다.

두려움 앞에서 눈을 똑바로 뜨고 변수를 세는 자가 이긴다.


너의 회사 생활은 매일이 작은 전쟁이다.

임원 회의의 한 마디, 사수가 없는 신규 프로젝트,

무례한 옆자리 동료.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는 자는 이 전쟁터에서 도망치는 자다.

도망친 자가 전리품을 가져갈 수는 없다.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은 스트레스에서 도망친다.

하이퍼포머는 스트레스를 사냥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 즐긴다.


'고민체력'이라는 근육


너의 뇌는 스트레스를 피하도록 진화했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을 올리고,

코르티솔은 염증을 만들고 근육을 갉아먹는다.

이건 PubMed에 등재된 수백 편의 논문이 입증한 사실이다.

그래서 뇌는 본능적으로 외친다.


"고민하지 마. 빨리 답을 봐. 이 회의에서 도망쳐."


그런데 모든 스트레스가 같은 스트레스가 아니다.

신경과학에는 호르메시스(Hormesis)라는 개념이 있다.

전혀 어렵지 않다.

적정량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원리다.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졌다 회복하며 더 굵어지듯,

뇌도 적정 수준의 인지적 도전을 반복하면 강화된다.

2022년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의

1,206명 대상 연구는 이를 명확히 보여줬다.

낮거나 중간 수준의 지각된 스트레스는 작업 기억과 인지 기능을 강화한다.

또 하나의 개념은 스트레스 면역(Stress Inoculation)이다.

간헐적으로 약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영장류는

선조체 도파민 D2/3 수용체 가용성이 더 높았다.

무슨 말 이냐 하면.

즉, 같은 도전 앞에서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신경 회로 자체가 더 굵어진다는 뜻이다.

인지 통제력과 충동 억제 능력이 함께 올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다.


인지적 고민과 감정적 만성 스트레스는 다르다.

어려운 문제를 풀고,

새 시장을 분석하고,

까다로운 보고서를 설계하는 일

— 이것은 도파민 보상 회로를 점화한다.

반면 통제 불능의 인간관계 갈등, 무력한 굴종

— 이것은 코르티솔을 만성적으로 올린다.

키워야 할 것은 전자다.

후자는 다른 무기로 다뤄야 한다(이건 나중 글의 주제다).

나는 회사에서 사수가 없었다.

입사 첫날부터 망망대해의 조각배였다.

옆자리에 물어봐도

"나도 모르겠는데, 우리 회사가 처음 하는 일이라" 답이 돌아왔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퇴근까지,

어떤 방향이 옳은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미칠 것 같았다.

1년이 지나자 익숙해졌다.

3년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고민하는 그 시간이, 미세하게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답이 없는 문제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도파민이 흐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고민체력'이 근육처럼 길러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스트레스를 즐기는 자의 3단계


Step 1. 면접관이 진짜 묻는 것을 모르면, 평생 부품으로 산다

면접 단골 질문이 있다.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너는 이걸 인격 검증이라 생각했나? 착각이다.

면접관은 너의 고민체력 면역력을 측정하고 있다.

압박 앞에서 도망갈 사람인지,

정면으로 뚫을 사람인지.

이 질문에 "딱히 그런 적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자는 즉시 탈락이다.

면역력 0이라는 자백이기 때문이다.

너 자신에게 먼저 물어라.

지난 1년,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30분 이상 정면으로 앉아 있어 본 적이 있는가?

30분 만에 동료에게 "이거 어떻게 해요?" 묻거나,

검색창에 던지지는 않았는가?

30분도 못 견디는 자는 고민체력 0이다. 키워야 한다.


Step 2. '5번 고민하라'는 잔인한 법칙

파레토 법칙은 안다.

80%는 20%의 노력으로 잡힌다.

예전글에서 남들이 알고도 못하겠다고하는 압도적 성과는

3.5시그마(99.97%를 커버)에서 온다고 했다.

그런데 99.97%를 잡으려면

파레토 법칙을 몇 번 사용해야 하는지 계산해본 적 있는가?


1번 사용: 80% 커버

2번 사용: 80% + (20% × 80%) = 96% 커버

3번 사용: 99.2% 커버

4번 사용: 99.84% 커버

5번 사용: 99.97% 커버

남들이 "전체의 80%를 잡았습니다"라고 보고할 때,

는 같은 작업을 5번 더 깊이 파야 한다.

다섯 번 더 고민하고,

다섯 번 더 살피고,

다섯 번 더 의심해야 한다.

잔인한가? 그렇다. 5배의 고통을 수반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확히

—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과 하이퍼포머를 가르는 거리다.

99.97%의 디테일은 알아도 못 한다.

알면서도 5번 고민을 안 하기 때문이다.


Step 3. 매일 한 번, 30분 더 앉아 있어라


거창한 결심은 필요 없다.

매일 한 가지 질문에 30분만 더 앉아 있어라.

"이 보고서, 한 번 더 보면 뭐가 보일까?"

"이 회의 결정, 만약 틀렸다면 어디부터 무너질까?"

검색창과 동료에게 던지기 전에,

30분만 혼자 답해봐라.

처음에는 고통스럽다.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

정확히 그것이 — 당신의 고민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는 신호다.

이 신호를 100번 반복하면 근육이 굵어진다.

1,000번 반복하면,

당신은 같은 자리에서 회의 끝나기 전에 답을 들고 들어가는 사람이 된다.

Gemini_Generated_Image_z8992ez8992ez899 (1).png<스트레스를 설계하면 압도적으로 앞설 수 있다 - Gemini>

[Case Study] 1.5%가 13년 누적되면 일어나는 일


나는 15년차 온라인 게임인이다.

두 번의 부서 이동으로 새 부서 적응 기간(3개월, 6개월)을 제외하면,

매년 받은 연봉 인상률은 회사 평균보다 최소 1.5% 더 높았다.

동기들은 이제 우리 입사연봉보다 2배정도 받는다.

나는 5배가 넘는다. 이미 차이가 큰데,

올해는 평균보다 3%를 추가로 연봉인상을 받았다.

복리효과를 따지면 차이가 더 커질것이다.

이게 고민체력의 힘이다.

내가 매년 다른 동기보다 한 일은 단 하나다.

보고서 한 장을 5번 더 본 것.

답을 모르는 자리에서 30분 더 앉아 있은 것.

사수가 알려주지 않을 때, 도망가는 대신 고민한 것.

1.5%는 작다.

하지만 13년이 쌓이면 너의 인생을 바꾼다.


클로징

당신의 동기들 중 누군가는,

매일 회피하고 매일 검색하고 매일 "이거 누가 좀 알려주세요" 묻는다.

그리고 13년 후,

너의 높은 연봉을 보며 "운이 좋네"라고 말할 것이다.

운이 아니다. 5배의 고민이 13번 쌓인 것뿐이다.

당신은 오늘 회의 후 답답한 그 문제 앞에서,

30분을 더 앉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검색창을 열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매일 도망친 자는 13년 후에도 도망치고 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이미 30분을 앉아 있을 사람이다.


-다음글{멤버십 오늘만 무료로 공개} 소개-

30분 더 앉아 있는 고민체력을 길렀다고 치자.

하지만 그 30분을 어디에 쏟느냐가 더 결정적이다.

상사가 자기 상사에게 보고할 때

당신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당신의 5배 고민은 회사 시스템 안에서 0점으로 집계된다.

한신은 유방의 머릿속 가중치가 바뀐 순간을 놓쳐 목이 잘렸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해놓고 장롱에 처박았다.

둘의 공통점은 단 하나

— 어디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몰랐다.

인사고과 A를 받으면서도 A+를 못 받는 사람의 진짜 약점,

상사의 머릿속 가중치를 역설계하는 3축 점수 공식,

칭찬에 점령당해 1년치 성과를 날린 D의 사례

— 다음 글에서 무기로 풀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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