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카 말레카바디 작가와 『구름의 아이』가 만든 대화
어느 날, 이란에서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보낸 사람은 이란에서 단편소설을 쓰는 말레카 말레카바디 작가였습니다.
“아주 먼 곳에서 같은 질문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말레카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죽음과 상실, 외로움, 기억처럼 현실적인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어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야기 안으로 들어오는 글을 쓴다고 했습니다.
말레카에게 판타지는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게 된 현실을 조금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방법에 가까웠습니다.
말레카는 제 작품에 담긴 죽음과 기억, 상실에 대한 시선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존재했던 우리의 일부까지 달라지는 일일지 모른다는 문장도 남겼습니다.
편지는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해 보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명의 작가가 다른 한 명의 작가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아주 먼 곳에서 같은 질문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이란과 한국.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죽음과 기억, 상실과 침묵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습니다.
저는 말레카가 보내온 단편을 읽었고, 말레카에게 『구름의 아이』를 건넸습니다. 아직 해외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었기에, 말레카는 원고를 사적으로 간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작품을 다 읽은 뒤에는 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슬픔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다.”
말레카는 『구름의 아이』가 상실과 기억을 설명하는 대신, 문장 사이의 침묵 속에서 독자가 직접 상실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사진과 민들레 씨앗, 그릇에 담긴 물, 희미해지는 종소리와 열려 있는 문. 이야기 속에서 조용히 놓여 있던 것들을 하나씩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직접 설명하지 않고 남겨둔 것들을 그는 문장 사이에서 발견해 주었습니다.
특히 아이가 죽음과 기억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대목을 오래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의미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감지하고, 어른들은 모든 의미를 알면서도 그것을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말레카에게 『구름의 아이』는 사람들이 왜 사진을 남기는지, 왜 기억하려 하는지, 왜 떠난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두거나 물을 남겨두는지를 묻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남겼습니다.
“누군가를 잃었을 때, 그 사람의 무엇이 세상에 남는가?”
이야기는 그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습니다. 구름을 보여주고,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게 한다고 말레카는 썼습니다.
누군가가 한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 안에 적힌 문장을 따라가는 일만은 아닌가 봅니다.
때로는 작가가 말하지 않고 남겨둔 자리에 가만히 머물렀다가, 그 침묵을 새로운 모습으로 돌려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말레카가 보내온 편지는 제가 남겨둔 침묵을 먼 나라의 다른 언어로 통과시킨 뒤, 새로운 문장으로 돌려주었습니다.
그 뒤 말레카도 자신의 단편 「피의 결혼식」을 보내왔습니다. 결혼식과 악몽, 죽음과 침묵이 겹쳐지는 어두운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한 통의 인사였던 편지가 어느새 서로의 원고를 건네고 감상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이 만남을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글을 나누었고, 이야기들이 우리 사이에 대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교류를 글로 남겨도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말레카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처음 편지를 보낼 때는 자신의 이야기가 세계 어딘가에 있는 다른 작가에게 닿기를 바랐을 뿐이며, 이 교류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로 글을 쓰는 두 사람은 앞으로도 종종 서로의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야기가 먼저 먼 거리를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편지가 그 뒤를 따라왔습니다.
— 이마엘
말레카 말레카바디(Maleka Malekabadi)는 이란에서 활동하는 단편소설가로, 이란의 독립 문학 플랫폼 『Ham-Dastan』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 말레카 말레카바디 작가의 사전 동의를 받아 이름과 감상 일부를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