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돈을 쓰는데, 표정이 다른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식당에서 메뉴판 가격을 먼저 본다. 다른 한 명은 그냥 먹고 싶은 걸 고른다. 둘 다 결국 비슷한 가격대를 시킬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1초 사이에 흐른 마음의 무게가 다르다.
무슨 차이일까..단순 소득의 차이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순자산이 1억과 5억 사이 어디쯤에 있는가의 차이다.
순자산 1억을 처음 만든 사람은 대부분 아직 '절박함' 속에 있는 듯 하다.
식당에서 가격을 먼저 보고,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조차 카트에서 다시 빼는 일이 반복된다. 그건 검소함처럼 보인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검소함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증거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검소함은 능동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건 굳이 안 사도 돼." 절박함은 수동이다. "이건 사면 안 돼."
같은 행동이지만 안에서 흐르는 감정이 반대였다.
1억도 너무나도 큰돈이다.
그런데 1억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큰 병 한 번, 온라인 게임 한 번 흔들리면 그대로 무너진다.
그래서 1억을 쥔 사람은 한 손은 통장에, 다른 한 손은 방어 자세에 두고 사는 듯 하다.
그런데 순자산이 5억을 넘어서는 순간, 크진 않지만 분명한 변화가 찾아오는 듯 하다.
생활 패턴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비슷한 식당, 비슷한 마트, 비슷한 옷.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마음에 여백이 생긴다.
"못 한다"가 "안 한다"로 바뀐다.
같은 결정인데 출발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1억일 때는 "할 수가 없어서 안 한 것"이고, 5억부터는 "할 수 있는데 굳이 안 하는 것"이 되는 듯 하다. 결과는 같은데, 내가 어느 쪽에서 그 결정을 내렸는가가 다르다.
확실히 불안이 줄어들고, 표정에 여유가 돈다.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안정된다.
이 단계부터 비로소 돈을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5억이라는 숫자에 무슨 마법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임계점이 있을 뿐인데, 느낌상 이 정도일 것 같다.
최소 2~3년 생활비 버퍼 - 일이 끊겨도 1년이 아니라 몇 년을 견딜 수 있다.
레버리지 없는 자산 한 채 + α - 빚이 시간을 잡고 있지 않은 상태
연 4% 가정하에 안전 운용 시 월 150만 원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작지만 0이 아닌 현금흐름이 생긴다
다음 단계로 한 번 베팅할 수 있는 시드가 생긴다. 가장 큰 장점은 실패를 해도 0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네 개가 동시에 켜지는 지점이 대체로 5억 근처라고 느껴진다.
자산의 절대 크기 문제가 아니라, 결핍에서 여유로 머리의 작동 방식이 바뀌는 지점인 것 같다. 결핍은 생각을 먹는다. 매달 다음 달 카드값, 대출 이자와 상환금을 걱정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한 달 내내 그 생각이 백그라운드에서 돈다.
1억보다 5억 이상 이라는 돈은 그 백그라운드 프로세스가 처음으로 멈추는 지점이다.
금액이 올라 갈수록 더 분명해질 것 같다. 10억, 20억으로 갈수록 "안 한다"의 폭이 넓어지고, 의사결정의 시간 단위가 길어진다. 한 달이 아니라 1년 단위, 1년이 아니라 5년 단위로 자기 인생을 볼 수 있게 되는 그 출발선이 5억인 것 같다.
5억 이전과 이후는 같은 돈도 다른 게임이 되는 듯 하다.
이전엔 돈이 소진되어 왔다. 월급이 들어오고 빠지고, 그 사이 일부가 통장에 쌓인다. 변수는 지출이다.결국 어떻게 더 안 쓰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5억이 넘게 되는 순간 그 이후엔 돈이 일하게 된다. 자산이 자산을 낳는다. 사실 이 말을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정말 부동산이 임대료를 만들고, 주식이 배당과 평가차익을 만든다. 여기서 생기는 변수는 어디에 배치를 하느냐 언제 옮기느냐가 된다.
전자는 버티기였지만. 후자부터는 운용이 된다.
같은 사람이라도 5억 이전엔 절약을 잘하는 사람이 이기고, 5억 이후엔 배치를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승부의 기술 자체가 바뀐다고.
그래서 1억에서 5억까지 모은 방식 그대로 5억에서 20억을 가려고 하면 잘 안 된다고 한다. 절약만으로 만든 1억이 절약만으로 두 배가 되긴 어렵다는 것을 공감한다. 그 다음부터는 다른 근육이 필요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5억~10억원을 목표선으로 잡는 것 같다. "5억만 모으면 좀 살 만하겠지?"라고 그런데 확실히 맞다. 살 만해진다. 메뉴판 가격을 먼저 안 본다.
그런데 버릇처럼 보게 되는 반작용도 있다.
그런데 5억 부터는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인 것 같다.
5억은 돈이 처음으로 내 편이 되기 시작하는 지점이라 느껴진다. 그 전까지는 내가 돈을 위해 일했고, 5억부터는 돈이 나를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작게라도.
종착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기서 멈출 수 있다. 그런데 확실하게 생기면 달라진다. 5억부터 새로운 출발이라고 여기서 부터 또 다른 진짜 게임을 시작하는 것 같다.
더 확실한 것은 5억은 부자가 되는 줄은 아니란는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내 인생의 운전대를 더 직접적으로 잡기 시작하는 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