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도 맥이 빠진 듯했다. 오후 다섯 시가 넘자, 더위가 한결 누그러졌다. 등판에 셔츠가 척척 감기던 날들이 엊그제였다. 이제는 30도 안팎의 기온이야 겨우 목덜미에 찔끔 땀이 밸 정도다. 새벽에는 서늘한 찬바람이 부니 처서(處暑)가 부럽지 않다.
“악~~”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손녀가 소리를 질렀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열흘 가까이 바깥에 나오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지냈으니, 오랜만에 만난 바람과 풍경이 반가웠던 모양이다.
아이는 화단의 키 낮은 관엽수를 가리켰다. 가까이 다가가자, 손을 뻗어 나뭇잎을 만졌다. 작은 잎 하나를 떼어 손에 쥐었다. 손녀는 좀처럼 그것을 놓지 않았다. 나뭇잎만큼이나 작은 손으로 잎을 조물조물 만지며 한참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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