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형 통제
"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
다투다 보면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다. 나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닌데 상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무시하려던 것이 아닌데 무시당했다고 하고, 비난하려던 것이 아닌데 상처받았다고 한다. 걱정돼서 한 말인데 간섭한다고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설명했는데 자기 마음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오해를 풀고 싶었을 뿐이다.
"아니,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
"당신이 앞뒤 상황을 잘못 이해한 것 같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해 줄게."
열과 성을 다해 퍼부은 설명과 해명을 다 듣고도 상대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답답해 보인다. 그러면 설명은 길어지고 목소리는 커진다. 과거의 대화와 당시의 상황, 내가 사용한 단어의 정확한 의미까지 증거로 제출한다. 마치 법정에 선 사람처럼 자신에게 악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려 든다.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널 무시한 게 아니라는 거야,"
그러나 상대는 여전히 말한다.
"그래도 나는 무시당한 기분이었어."
이때부터 대화의 목적이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싶었다. 이제는 상대의 해석을 좀 고치고 싶다. 상대가 나를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넘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이해하고 느끼기를 바란다. 상대의 행동을 내 방식대로 바꾸려는 것이 관리형 통제라면,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바꾸려는 것은 교정형 통제다.
우리는 대화하는 척하면서 상대의 머릿속에 빨간 펜을 든다.
'그 해석은 틀렸어'
'그렇게 느낄 일은 아니야.'
'내 의도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화가 날 수 없어.'
연인과 대화를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한 사람은 감정을 정해주는 사람이 되어있고, 다른 사람은 그 감정대로 느끼지 못해 잘못한 사람이 되어있다.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정확히 읽을 수 없다. 오해가 생기면 자기의 의도와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어떤 말이 왜 나왔는지 알려주고, 잘못 전달된 부분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문제는 설명의 목적이다. 나는 나를 더 잘 알리기 위해 설명하고 있는가. 아니면 상대가 내 설명에 동의할 때까지 생각을 바꾸려 하는가.
교정형 통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대개 말을 아주 잘한다. 논리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며, 상대의 주장에서 모순된 부분을 찾아낸다. 자신이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대화가 길어질수록 자신이 더 억울해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 왜 이해를 못 하지?"
"아무리 말해도 자기 듣고 싶은 대로만 듣잖아,"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왜 자꾸 나쁘게만 해석해? 그냥 기분 풀기 싫은 거잖아."
그러나 상대가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설명을 모두 이해하고도 여전히 상처받았을 수 있다. 내게 악의가 없었다는 사실과 상대가 상처받았다는 사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그런데 내 말은 상대에게 무시당한 경험이 되었다.
나는 걱정돼서 조언했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의 판단을 신뢰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나는 분위기를 풀려고 농담했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의 아픔이 가볍게 취급됐다고 느꼈다.
의도는 나의 영역이고, 영향은 상대의 영역이다. 내가 의도를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설명으로 상대가 받은 영향까지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상처는 논리적인 오류가 아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자동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교정형 통제는 상대의 감정을 직접 고치려 할 때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 정도 일로 그렇게까지 화낼 필요는 없잖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그건 서운해할 일이 아니지."
"좋은 뜻으로 한 말이데 왜 기분이 나빠?"
이 말들은 대개 갈등을 줄이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상대가 상황을 조금 다르게 보면 금방 괜찮아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은 허락을 받고 생기는 게 아니다. 서운해할 만한 일인지 검토한 뒤 서운해지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도 되는 상황인지 회의를 거쳐 화가 나는 것도 아니다. 감정은 그냥 이미 일어난 반응이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기 전에 심사를 해버린다.
'그 감정이 합리적인가?'
'상황에 비해 지나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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