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한때 국가정보원의 원훈.
양지.
보이는 빛나는 영광의 자리에서 찬사를 받으며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음지.
보여서는 안 되거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자리에서 역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도 있다.
두 팀은 원팀.
스마트폰에서 쉽게 접하는 놀라운 명인들의 음악들을 들으며 언젠가부터 나는 생각한다.
이 음악가의 엄마는 어떤 분일까?
이 자녀가 여기 오기까지 사사할 선생님을 찾아다니고
걸맞은 사례비를 마련하고
자녀의 힘듦을 위로 격려 협박하는 지난한 시간들...
한 아이의 명성 뒤에는 무명의 엄마가 있다.
저 높은 눈 덮인 험산을 아슬아슬하게 한 발 한 발 고군분투하며 등정하는 산악인을 TV에서 보면서 언젠가부터 나는 생각한다.
자기 몸 하나 끌고 올라가기도 지난한 저 설산에서, 무거운 카메라와 필름 뭉치를 들고 저 주인공을 찍은 이름 없는 카메라맨.
딸애는 여대 음대를 다녔다.
끊임없이 음악회를 치렸다.
드레스를 맞춰 입고 메이크업을 받으며 한껏 치장을 한다.
무대 뒤에는 가녀린 후배들이 대기.
음악이 바뀔 때마다 쏜살같이 무대로 나와 배경을 설치하고 설치물을 이동시키고 후다닥 사라진다.
이들은 대개 눈에 안 띄는 검정 옷차림.
한 편의 음악회가 열리고 한 연주자가 갈채받기까지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수고했다.
그래서, 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 받는 어떤 배우들은 말한다.
"누구누구 누구 덕분에 저가 대신 받아요."
학위를 받는 빛나는 졸업식장에서 아들은 학위 모자와 가운을 늙은 노모에게 입혀 사진을 박는다.
"엄마 고마워요..."
1969년 7월 20일.
세 명의 우주인이 아폴로 11호 유인 달 탐사선을 타고 가 달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찍은 날.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발을 내딛는 생중계에 온 세계가 열광했다.
'이것은 한 명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
그러나 한 사람.
마이클 콜린스.
두 명의 우주인이 각광을 받는 그 시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안에 홀로 외롭게 남아 사령선을 조종해야 했다.
달의 뒤편으로 진입하는 순간 지구와의 교신이 단절된 채 암흑 속에 찾아온 절대 고독.
달을 밟는 두 명의 동료가 사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누구보다 달을 사랑하여 달까지 갔지만 달에 내리지 못하고
궤도를 돌며 사령실 안에서 동료들의 귀환을 기다려야 했던 우주인.
누구 눈에 잘 띄지 않는 그곳.
그러나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 그곳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
갈채의 중심에서 비껴 난 이의 사명감.
숭고함.
얼마 전 공연된 일인 뮤지컬 'Behind the moon'
마이클 콜린스의 대사.
'내 발자국이 달 위에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의 가장 어두운 뒷모습을 내가 기억할 테니'
남편이 얼마나 달을 사랑하고 혹독한 훈련을 받았는지 그럼에도 사령실을 바카라임질 수밖에 없는지를 잘 아는 마이클의 부인 패트리샤의 노래.
'달의 뒷면에서는 안 보이겠지만
마당에서 손 흔들고 있을게
그러니까 두려워하지도 외로워하지도 마
당신은 우리의 자부심이야'
최고만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 화려한 박수를 받는 세상.
그러나 드밝은 달의 어두운 뒷면에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감당하는 자들이 있다.
신약성경 ㅣ27편 중 13편을 쓴 위대한 선교자였던 바울.
그가 쓴 주옥같은 로마서 마지막 16장에서 그는 그의 사역을 뒤돌아 보며 그와 함께 했던 이름 없는 이들을 열거한다.
사랑의 전당의 명단.
'이분들이 없었다면 나 또한 없었으리.'
그는 또한 고백한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고린도전서 15:10)
언젠가 이 땅에서 '나의 인생'이라는 영화가 끝난다.
영화가 끝나고 이어지는 엔딩크레딧.
나도 채 알지 못했으나 나의 인생을 지원했던 별같이 많은 이들의 명단이 흘러내린다...
무엇보다 그분.
이 땅에서는 숨겨졌으나 나의 평생을 지원했던 그분.
그곳에서 친히 얼굴을 뵐 그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