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권 석장

선물 삼천 원.

by제이


사고 또 산다.
언젠가 읽으리라, 언젠가 다시 보리라.
그러나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고 바카라장에 먼지 쌓인 채 마냥 꽂혀만 있는 바카라들...

몇 번 뭉텅 거려 이리저리 처분했다.
그런데도 재미난 바카라을 만나면 또 마음이 설렌다. 지름신이 나를 유혹한다. 끝까지 읽든 말든...
한편으론 바카라을 처분하고 한편으론 바카라을 산다.

1960~70년대, 학창 시절,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과서를 주문한다.
나는 거진 영어, 수학, 국어바카라만 주문했다.
나머지는 선배들이 사용하던걸 샀다. 이른바 중고.
형제가 5명이나 있는데 모두가 새 교과서 산다면 박봉의 아버지는 감당키 어려우실 터.
빵집 같은 곳에서 선배를 만나 거래가 이루어졌다.
큼지막한 지우개 하나를 산다.
받은 중고 교과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낙서나 밑줄들을 지운다.
그리고 신문지나 달력으로 커버를 씌운다.
신학기가 시작된다.

이렇듯 예전 국민소득이 낮을 때는 교과서도 변변히 새것 못 샀는데
세상이 좋아져 이런저런 바카라을 마음껏 사게 되었다.
그러나 한번 보고 말 바카라은 사기에 아깝지.
도서관!
그렇다. 도서관이 곳곳에 생겼다.
엔간한 바카라은 다 있다.
그 도서관에 없는 바카라은 그 바카라이 있는 다른 도서관에서 가져다준다.
그래도 없는 바카라은 구입 희망 요청하면 도서관에서 사다 놓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사서 지닐 바카라이 있다.
사기 전, 잠깐.
나는 일단 알라딘 중고바카라 앱으로 들어간다.
수많은 개인이나 중고서점의 바카라들이 거기에 쌓여있다.
대개 절반 이하. 어떤 바카라은 오백 원, 천 원.
문제는 택배비가 삼천 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같은 곳에서 여러 권을 주문하면 택배비가 빠진다.

그날도 귀한 바카라을 알게 되었다.
마침 개인 중고로 나온 게 있었다.
한 권도 두 권도 어차피 택배비는 같으니 마음에 드는 것 한 권 더 해서 두 권을 주문했다.
바카라이 왔다.
중고라 하지만 훼손된 부분도 없는 새 바카라 같았다.
그런데 바카라 안에서 나온 편지지 한 장.
그리고 어느 바카라에서 베낀 멋진 문장이 적힌 종이 한 장.
그리고 또 있다. 천 원 지폐 3장.

"바카라 앞쪽이 찢어진 걸 늦게 발견했어요. 죄송합니다."
바카라이 멀쩡하던데...
자세히 살펴보니 내지 첫 부분이 깔끔하게 베어져 있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위치.
정가는 만오천 원, 헌 바카라이라 4~5천 원 짜린데 3,000원을 돌려 준거다.

택배 박스 주소에 마침 전화번호가 있었다.
그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어차피 저렴한 중고 바카라인데 이렇게 돈을 부분 보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귀한 바카라을 산 것이 아니라 그냥 선물 받은 기분입니다."

바카라은 다른 귀한 바카라 만 연결시키는 게 아니라 귀한 사람도 연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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