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를 받으며

‘회갑 맞이’인 셈 치자고

by데이지

“임플란트 한 사람?”

요즘 친구들이랑 만나면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치과 진료를 받으니 별게 다 궁금하다.


시작은 누룽지 과자 때문이었다.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는 그걸 그날 왜 먹었을까. 남편이 자주 먹어서 궁금했던 걸까. 납작하게 구운 그 과자를 어금니로 깨문 순간 뭔가 잘못 됐다는 걸 알았다. 어금니 쪽 치아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파편. 예민한 혀를 대 보면 충격적일 만큼 느낌이 이상하다.

치과 의사는 당장 불편하지 않으면 지켜보자며 손상된 치아 주변을 살짝 갈아 주었다.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몇 달 가지 못했다. 어금니라 안 씹을 수도 없고, 파절된 치아가 제 몫을 해내긴 역부족이었다. 어느 날 뭔가 잘못 씹었는지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픔이 밀려왔다.


그리하여 기나긴 치과 진료가 시작됐다. 문제가 된 이뿐만 아니라, 언제 크라운을 씌웠는지 생각나지도 않는 맨 끝 어금니에 충치가 있다 했다. 충치 때문에 신경치료까지 하고 크라운을 씌운 건데, 다시 문제가 생겼으니 치아 상태가 안 좋으리라는 건 예상했다. 이제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 손상된 치아의 벽을 세우고 메워 다시 크라운을 씌우는 방법과, 아예 뽑아내고 임플란트를 하는 방법. 의사 말로는 다시 크라운을 씌워도 2년 정도밖에 쓸 수 없다 한다. 이럴 때 환자들은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모양이다. ‘발치’한다는 간호사 말에 화들짝 놀라 그냥 쓰겠다고 했다.


사실 경제성을 생각하면 지금 임플란트를 하는 게 돈이 덜 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벌써 내 이를 잃는 게 싫었다. 검색해 보니 65세 이상 어르신이 되면 임플란트 2개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다. 잘 관리하면 앞으로 5년은 쓸 수 있지 않을까. 경제적인 부담은 의료보험 혜택으로 덜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최종적으로는 임플란트를 하는 건데 내 이로 버텨보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그냥 살리기로 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자기 입 안에 자동차 한 대가 들어가 있다고, 임플란트 하느라 돈이 엄청 들었다는 말에 오죽 관리를 안 했으면 저 지경이 되었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그 사람 나이쯤 되고 보니 남 얘기가 아니구나 싶다. 매사 겸손해져야겠다 싶다.




치과에선 누구나 어린아이가 된다. 접수할 때 만난 덩치 큰 아저씨(어쩜 내 또래일 수도)의 목소리가 바로 옆 진료실에서 작게 들린다.

- 치과는 정말 무서워요, 아프지 않게 살살해주세요….

- 네, 그럼요. 잘 봐드릴게요. 안심하세요.

내가 가는 시각이 오전이어서 그런지 환자들은 주로 어르신들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분인지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 뭐를 한다고?

- 아, 어르신~ 오늘 발치 진행 할! 게! 요!

개별 진료실에 누워 의사를 기다리다 보면 다른 칸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환자들의 겁에 질린 표정과 진료실 풍경이 그려진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진료 일정이 늘어지고 있다. 본을 뜨고, 임시 치아를 씌우고, 제작된 크라운을 맞춰 보면 되는데 자꾸만 변수가 생기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물컹한 뭔가를 물고 있어야 하는 게 반복되니 짜증이 밀려온다.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들로 혼란스럽다. 다니던 치과에 갈 걸 괜히 이 병원으로 옮겼나, 임시치아를 씌우느라 접착제를 붙였다 긁어내는 과정에서 치아가 더 손상되는 건 아닐까.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목 근육마저 뻣뻣해지고, 진료 중인 왼쪽 치아 대신 오른쪽으로 주로 씹다 보니 턱관절마저 삐걱대는 것 같다.


아, 늙어간다는 게 이런 걸까. 이렇게 조금씩 보수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올해 이렇게 힘든 걸까. ‘회갑 맞이’라고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난 아직 젊다고 자부했는데 내 몸이 자중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조심조심하라는 사인을 새겨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