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 일상이 되는 하루

고마움 너머 빚진 마음

by데이지

수영강습 8개월 차. 매일 새벽 6시 20분. 차를 주차하고 수영장 건물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청소하는 분을 만난다. 각종 청소용구가 들어 있는 파란색 통을 끌고 바쁘게 움직이느라 어느 땐 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수영 강습을 받고 나오면 물품대 선반은 어느새 물기가 싹 닦여 있고, 샤워실 하수구의 머리카락도 치워져 있다. 샤워바구니가 놓일 바닥에도 새로운 수건이 깔려 있다.

집에서라면 내가 다 할 일인데 수영도 하고 이렇게 편하게 씻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유수영을 하는 무리들은 수영장에 샤워하러 온다고 자기들끼리 얘기하던데 그럴 만도 하다. 샤워기에서 내뿜는 세찬 물살은 또 얼마나 상쾌한다. 그 기분에 가끔은 시원한 물줄기를 맞기도 한다.


그러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수영장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분들이 일을 마치고 즐겁게 수영하는 풍경을 떠올린다. 누군가는 끝 레인에서 그저 걷기만 하고, 누군가는 왕년의 수영 실력을 뽐낸다. 각자의 수준대로 물살을 가르는 동안 마법처럼 하루 노동의 힘듦이 툭툭 떨어져 나간다.

시간상 강습을 받기는 어려울 테니, 30분이라도 이분들에게 자유수영 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면 어떨까. 매일 아침 수영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상급반 강습은 순항 중이다. 중급반 때 그렇게 힘들었는데 체력이 올라왔는지 요령이 좀 생겼는지, 수업 초반 집중 훈련도 견딜 만하다. 중간중간 숨 고르기 할 때도 예전처럼 호흡이 가쁘지 않다. 자유형으로 50미터 레인 끝까지 가는 것도 자연스레 성공했다. 처음 깊은 물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가슴 답답함도 많이 극복했다.


그런데 초급반 때부터 함께 배웠던 친구들이 하나둘 그만두게 되어 마음이 허전하다. 예기치 못한 발목 부상, 어깨 통증, 이석증, 맹장염 등등의 사유로 중도 포기했다.

전체 30명 중에서 초급반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제 열 명 남짓밖에 안 남았다. 중급반, 상급반 올라올 때 새롭게 합류한 분들도 계시지만 첫 수업 시간, 겁먹은 표정으로 만났던 그 순간들을 어떻게 잊을까. 그래서 남은 이들은 만날 때마다 마지막 수업까지 조심조심 하자고 서로를 격려한다.


상급반에선 접영을 배운다. 돌고래처럼 몸을 만들어(!) 입수킥에선 힘차게, 출수킥에선 조용하게 차야 한다. 한 달이 훌쩍 지났는데 아직 손동작까지는 가지도 못했다. “더! 더 깊이!!” 선생님한테 이 소리를 백번쯤 들은 끝에 발차기 감이 왔다. 대체 언제 숨을 쉬어야 할지 몰라 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매번 코가 매웠는데 자유형 팔 돌리기가 더해지자 할 만해졌다. 주로 뒷줄에 늘어져 있는 우리 수준에 맞게, 선생님은 차근차근 실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며칠 전, 상급반 수업부터 합류한 분과 잠깐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중급반일 때, 옆 레인에서 상급반 수업을 받던 분인데 대체 왜 다시 상급반에 들어왔을까 궁금했다. 들어보니 배우고 또 배운다는 말 그대로다. 직전 상급반은 초급반부터 올라온 상급반이 아니라 단기 코스로 만들어진 반이라 구성원들이 선수급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하나 동작을 배우는 시간이 너무 좋단다. 특히 우리 선생님은 ‘빠르게’보다 ‘제대로’를 강조하는 분이라 많이 배우고 있단다. 내가 보기엔 앞줄의 선수들은 다들 잘해서 배울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 번 수강했으니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더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덜하지 않았다.


“언니, 상급반 올라오길 잘했죠?”

라커실에서 L이 뜬금없이 말한다. 토요일 자유수영을 마친 다음이었다. 그 주에 배운 동작을 연습하고 자세가 어떤지 서로 봐주는 시간은 나름 훈훈하다. 초급반일 때, 워낙 체력이 약해 그만둬야 겠다고 선생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더니 그래도 조금만 더 해보라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늘 얘기하는 친구다. 고맙게도, 내가 상급반에 올라가길 주저할 때 L은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그때 그 용기를 내게 줬다. 포기하지 말라고 손을 내밀어 줬다.

“맞아, 고마워! 정말 더 배우길 잘한 것 같아.”

덕분에 수영이 일상이 된 우린 매일 충만한 하루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배우고 또 배우는 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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