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카눌레 (canelé)

난이도 ★★★★★

by영감산바카라

배 씨가 돌아왔습니다. 실습생 중 일부는 수사 결과에 화가 나 마지막 수업을 거부하고 불참하였습니다. 처음에는 24명으로 시작한 실습인데 마지막 시간에는 16명에 불과했습니다. 나도 그 역겨운 꼴을 보기 싫었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었습니다. 무슨 사정으로 증거 불충분이 되었고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회피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냉정하게 판단했습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작업대 위로 뜨겁게 녹인 밀랍의 달콤하고 들뜬 향이 짙게 진동했습니다.



조리대 중앙에 기댄 배 씨는 말없이 노란 밀랍 액체를 놋쇠 틀 안으로 천천히 따라 부었다가 다시 쏟아냅니다. 틀 안쪽에 얇고 매끄러운 코팅막이 형성되는 순간을 기다리는 그의 손길은 냉정하고 차분했습니다.



"카눌레는 참 이중적인 과자입니다. 조금만이라도 온도가 맞지 않거나 탐욕스럽게 과해지면 그대로 형편없이 망가지고 말죠. 마치 인생처럼 말이죠. 내가 센터에 더 이상 안 나오길 바랐던 사람들이 있다면 유감이네요."



배 씨가 신나는 듯 놋쇠 틀을 뒤집어서 여분의 밀랍을 떨어뜨렸습니다.



"겉은 타들어갈 만큼 바삭하고 딱딱한 껍질로 완벽히 봉인하지만, 속에 들어가면 아주 부드럽고 축축한 속살이 숨어 있죠. 밀랍으로 만든 껍질이 없으면, 부드러운 속은 고온의 오븐 속에서 형태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흘러내려 버립니다."



밀랍을 너무 두껍게 칠하거나 오븐 예열이 불충분하면, 반죽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틀 밖으로 흉측하게 치솟아 오릅니다. 색도 나지 않은 채 정수리가 허옇게 까져버린 '대머리 카눌레'가 되고 말죠. 겉만 대충 그을렸을 뿐, 칼로 단면을 가르면 속은 제대로 익지도 못한 채 질척하게 뭉개진 '떡진 내상'이 드러납니다.


수업에 참석한 이들의 시선이 그 손끝에 쏠렸습니다. 오늘따라 집중이 안 되고 아일랜드에 선 나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쌍둥이 장 씨 자매의 완벽했던 위증 한마디에, 순식간에 지혜 킴은 '가해자'라는 주홍글씨를 뒤집어쓰고 피의자로 지목되었던 것입니다.



배 씨는 가만히 눈길을 올려 조롱하듯이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빛은 억울하다고 호소하듯 특유의 짙은 그늘과 무력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공권력이 그의 무고에 날개를 달아 준 '피해자'라는 역할. 배 씨는 그 역할을 아주 충실하고 슬프게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깊은 눈동자 가장자리에는 카눌레가 구워지는 브론즈 틀을 태울 듯한 열기가 어른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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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일본에서 작가 데뷔해 2023년 리걸테크 스타트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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