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협업이란 로고의 공유가 아닌 역할의 결합

by전우성

아디다스 매장에 들어섰다가 익숙한 로고 하나를 발견했다. 신발 밑창에 선명하게 새겨진 타이어 브랜드, 컨티넨탈(Continental).


내 차의 타이어 브랜드이기도 해서 반가움이 앞섰지만, 이내 이 결합이 가진 브랜딩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건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말로 묶기엔 훨씬 더 영리하고 본질적인 결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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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고를 나누는 협업 vs 역할을 나누는 결합


보통의 협업이 서로의 로고를 나란히 배치해 인지도를 빌려오는 수준에 그친다면, 아디다스와 컨티넨탈의 만남은 역할을 나누는 것에 가깝다.


트랙 위를 달리는 러닝화에게 탄성과 반발력이 핵심이라면, 거친 야생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화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접지력(Grip)이다. 진흙, 빗물에 젖은 바위, 불규칙한 흙길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명확해진다. "접지력이라는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답은 신발 회사보다는 지면과 맞닿은 채 수천 킬로미터를 달리는 타이어 회사이지 않을까. 아디다스는 전체적인 러닝화의 퍼포먼스를 설계하고, 컨티넨탈은 그중에서 신발이 지면에 닿는 접지를 바카라임진다.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것을 맡아 본질을 완성하는 구조인 것이다.


두 회사가 모두 독일에 본사를 둔 회사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조금 더 찾아보니 아디다스는 트레일 러닝화뿐 아니라 일부 고성능 러닝화 제품 등에도 콘티넨탈과 협업으로 아웃솔을 제작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과거 아디다스는 콘티넨탈 이전에 타이어 회사 굿이어와의 비슷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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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능은 강화되고, 신뢰는 전이된다


컨티넨탈이라는 브랜드를 아는 사용자라면 이 신발을 신는 순간 이렇게 느낄 것이다.

“타이어 회사가 만든 고무라면, 그 어떤 접지력보다 믿음이 간다.”


브랜드가 쌓아온 기술적 권위가 신발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고스란히 전이되는 순간이다. 아디다스는 트레일 러닝의 핵심 기능에 대한 신뢰를 단번에 확보했고, 컨티넨탈은 도로 위 자동차 부품을 넘어 사용자의 발바닥에 직접 닿는 일상적 경험으로 브랜드의 영토를 확장했다.


사실 이런 형태의 결합은 찾아보면 우리 곁에 꽤 존재해 왔다. 아웃도어 의류 소매 끝에 붙은 고어텍스(GORE-TEX) 로고가 대표적이다. 옷을 만드는 브랜드는 따로 있지만, '방수와 투습'이라는 기능적 본질은 고어텍스라는 전문가에게 맡김으로써 소비자는 옷의 디자인을 넘어 그 성능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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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밑창의 노란 로고, 비브람(Vibram) 역시 마찬가지다. 험준한 산악 지형을 견뎌야 하는 부츠 제조사들이 비브람의 아웃솔을 채택하는 것은, 그것이 곧 '안전과 내구성'의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PC 시장을 평정했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캠페인과도 궤를 같이한다. 컴퓨터 제조사가 어디든 상관없이, 그 안에 인텔의 칩이 들어있다는 사실만으로 '성능'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진다.



3. 좋은 협업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


결국 훌륭한 브랜딩은 겉모습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가장 완벽한 파트너로 채워주는 과정이다. 이름만을 서로 공유하는 형태가 아니라, 본질적인 기능을 강화해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주는 결합. 그것이 이 낯익은 로고의 만남이 내게 훌륭한 브랜딩 사례로 읽힌 이유다.


물론, 그 본질적인 신뢰의 대가는 제법 묵직하다. 내가 매장에서 본 트레일 러닝화 가격은 26만 9천 원. 기술의 결합만큼 가격의 결합도 확실하다는 점만 살짝 빼면, 참 완벽한 협업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