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아트페어는 시장의 영역이었고, 비엔날레는 담론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올해 바르샤바에서 열린 Art Warsaw는 옛 영국 대사관 건물 전체를 전시장으로 사용하며 마치 하나의 비엔날레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이제는 비엔날레도 시장을 의식하고, 아트페어도 큐레이션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둘의 차이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보통 아트페어에서는 작품 판매가 우선이라 공간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만든다. 작품이 공간에 묻히면 안 되니까. 그래서 여전히 화이트 큐브가 기본이다.
그런데 Art Warsaw는 달랐다. 벗겨진 벽지, 낡은 계단, 오래된 창문, 과거 영국 대사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그대로 사용했다. 작품을 공간으로부터 분리하기보다 오히려 공간의 기억 속에 놓아두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작품만 본 것이 아니라 공간과 함께 작품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Something Curated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은 작업 중 하나는 일본 작가 리카코 카와우치의 작품. 회화, 드로잉, 조각을 통해 몸과 마음, 나와 타인의 경계를 탐구한다. 돌 위에 새겨진 선들은 무언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흔적처럼 보인다.
또 하나는 보그나 부르스카와 다니엘 코토프스키의 영상 작업 Breathe. 작품은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물속에서는 말이 사라진다. 하지만 수어는 여전히 전달된다."
말을 잃은 사람과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익숙한 관점을 뒤집는 작업이다.
왠지 바르샤바라서 가능했던 아트페어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전쟁과 점령, 체제의 변화와 복원을 반복해온 도시의 서사가 이런 공간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트페어가 작품을 파는 곳을 넘어 하나의 전시 경험이 되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