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픔에게

by이주원

슬픔이 넘실넘실 내 안에서 출렁인다.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나온다.
어제 상담에서 꺼이꺼이 울고 난 뒤의 여운이 계속 된다.
어제가 시작은 아니었지. 토요일 오프모임에서도 그랬으니까.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감정을 만나면 무너질까봐 무서워서 외면하고 누르면서 해야할 일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감정을 느끼면서 할 일을 한다.
외면하거나 누르지 않고 그냥 자리를 내어 주면서...


공문을 쓰면서 눈물 잠깐 흘리고..
상담 들어가기 전에 잠깐 울고..


선임샘이랑 면담하면서 울었다. 버겁다고.
내가 버겁다고 하면 프로그램에 힘을 좀 줄이고 상담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고 하는 그.
그럴때마다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자기는 상담과 교육, 총괄이 업무니까 상담자로서의 성장을 강조하면서 실무를 안하면서..
실무가 업무인 나에게 힘을 줄이라는게 말인가 방군가?


그 말이 꼭 그런 뜻은 아니란 것도 안다.

적당히 할 줄도 알아야하고, 내가 중요시하는 것에 힘을 쏟으라는 말인거.
근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얘기하는게 빡친다.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담과 교육에 집중할 시간 만들어 지도록,
실무는 내가 다 하는거 안보이나?
업무 분장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도 맞지만, 그래도 그 여유와 시간에는 나의 노력도 있는데,
'너 그렇게 그만 동동거리고 나랑 같이 상담하자. 그게 중요한 거잖아.'
이런 태도.


쓰다보니 빡치네?
슬픔 저 멀리감... ㅋㅋㅋ


일도 한더미인데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하면서 일상을 사는거, 쉽지 않네.

그래도 더 이상 외면하던 때로 돌아가긴 싫어.

외면하지 않을게. 자리를 내어줄게. 함께 가자.


다만,, 지금 공문 하나 올릴테니 잠시 기다려줘.
그리고 퇴근하고 저녁에 다시 우리 깊게 만나자.
의자에 앉아서 좀 쉬고 있어, 너도.


저녁에는 서울에 조문을 다녀왔다.

노 교수님의 남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수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직접 찾아뵙지 못했던 게 마음에 남아있어서 이번에는 꼭 가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지만 퇴근을 한 시간 일찍 하고 도윤이 저녁을 먹이고 버스를 탔다.


혹시 내가 너무 울어서 교수님이 나를 위로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그렇지는 않았다.

교수님은 내가 멀리서 온 걸 알고 놀라셨고, 우리는 붉은 눈시울로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잠시 앉아 있다가 교수님도 바쁘시고 버스 시간도 있어서 나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목울대가 아팠다.
눈물이 목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소리내서 엉엉 울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시간도, 장소도 없었다.

집에 와서 엉엉 울까 생각했는데 씻고 누우니 잠이 왔다. 그래서 그냥 잤다.


우리 같이 넘실거리자. 자연스레 잠잠해질 때까지 충분히.
그리고 꼭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줄게.

내 파도야.


내가 꺼내 놓은 이런 연약하고, 또 빡치는 날것의 모습을 멋지다고,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기록멤버들.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모습이 전혀 아닌데.. 이런 내가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의아하고 감사하다.
그런 눈으로 봐주셔서.. 나도 나를 그렇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느낌이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이런 나도 괜찮아.
이대로 있어도 돼.
심지어 멋지고 아름답다는걸.


슬퍼도 괜찮아.
화나도 괜찮아.
원망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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