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법 시행을 보면서..
어제부터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한다는 미명하에 무시무시한 제도가 시행되었군요. 일단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서 정치권 반발이 큰 것 같습니다만, 이런 제도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슬롯 모든 영역의 숨통을 죄는 역할을 하게 되죠. 특히 건강과 의료 분야는 실질적으로 이 제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영역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작년 제가 소속된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놀라운 발표를 들은 바 있습니다. 질병청과 학회가 손을 맞잡고 건강 관련 가짜뉴스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차단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유명해진 한 교수가 발표했었는데, 얼핏 지나가는 캡처화면에 유튜브와 함께 디시인사이드, 엠팍불펜, 82쿡 등과 같은 대형 인터넷 사이트들이 보이더군요. 듣고 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질문을 했죠. 도대체 당신들이 차단하겠다는 가짜뉴스는 누가 판단하는 거냐고? 코로나시기 질병청에서 가짜뉴스로 단정하고 검열했던 많은 주장들이 결국 진실로 드러나지 않았냐고?
코로나 사태초기였던 2020년,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없는 스웨덴과 일본의 자율방역 정바카라이 옳다고 주장한 온라인카지노 글 때문에 온갖 비난과 욕설에 시달리고 있을 무렵입니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모 의대 교수님이 이메일을 보내셨더군요. 제 온라인카지노 독자라고 밝히면서 한 국내 학술지에 교차면역과 집단면역을 설명하는 리뷰논문을 투고해달라는 요청을 하셨습니다. 2020년 11월 Clinical Ultrasound지에 실린 <코비드 19: 방역과 면역 사이>가 당시 온라인카지노에 올렸던 글들을 80여편의 참고문헌과 함께 정리한 논문입니다.
이후 코로나 사태를 계속 모니터링해 가면서 내용을 업데이트합니다. 특히 <K방역 덕분에 한국은 코로나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백신 덕분에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수 있었다>등의 주장을 담은 논문들이 영향력 높은 저널에 지속적으로 실리는 것을 보면서, 이를 학술적으로 반박하는 논문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특히 다른 방역정바카라을 가졌던 일본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는 논문이 설득력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일단 논문 초고를 완성합니다.
이런 국가간 비교 논문은 혼자 작성하는 것보다 해당 국가 연구자가 같이 참여하면 논문의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알고 지내던 몇몇 일본 연구자에게 공동저자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해 봤죠. 하지만 다들 감염병은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니라면서 참여를 꺼리더군요. 심지어 왜 이런 위험한 주장을 하는 논문을 썼냐고 우려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결국 일본 연구자와 같이 발표하는 것은 포기하고, 단독 저자로 여러 국제 저널에 투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은 에디터 선에서 게재불가 판정을 받았고, 드물게 외부 리뷰가 들어간 경우 빠지지 않는 코멘트가 <나는 한국과 일본은 유사한 방역정바카라을 가진 국가라고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박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게재불가 횟수가 거듭되면서 더 이상 투고하는 것은 의미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묵혀 두었습니다.
그러다가 2025년 3월 일본 의학협회의 공식학술지인 JMA(Japan Medical Association)에 실린 논평 형식의 논문 한편을 읽게 됩니다. 제목이 “Significant Increase in Excess Deaths after Repeated COVID-19 Vaccination in Japan”으로 반복적인 코로나 백신접종을 2022년과 2023년 일본의 초과사망 원인으로 해석하는 논평이었죠. 무엇보다 일본 의학협회 공식학술지가 이런 제목을 가진 논평을 실어주었다는 것에 너무나 놀랐습니다.
세상이 변했다는 신호로 느껴지더군요. 그렇다면 지금쯤은 1년 이상 묵혀놓은 내 논문도 실어줄 저널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JMA 논문을 발표한 일본 츠쿠바 대학교의 Hideki Kakeya교수한테 이메일을 보냈죠. 공저자로 참여하는 것에 흔쾌히 동의하더군요.
하지만 한국인 연구자와 일본인 연구자가 같이 작성해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번 저널로부터 게재불가 결정을 받은 후, 결국 이번 달 제가 소속된 학회의 공식학술지인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 Public Health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K방역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기만적 과잉대응이었으며 코로나 백신 접종의 의미에 대하여서도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는 이 논문 제목은 “Reassessing Early COVID-19 Strategies in East Asia: Insights from Japan and Korea”입니다. 핵심메시지는 6년전 발표했던 <코비드 19: 방역과 면역 사이>와 동일한데, 차이라면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실증적 증거에 기반해 작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시기 제가 온라인카지노에 올렸던 글들은 거의 정신병자급 헛소리 취급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가짜뉴스로 신고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최소한 <가짜뉴스법>과 같은 희대의 악법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현재 한국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심각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데 채 몇 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팩트 체크란 이름으로 벌어진 그 무지하고도 폭력적인 인민재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