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시작 전부터 생업으로 선택한 안전감시단. 늦게 발견한 이 일은 꽤나 적성에 맞아서 이직이 일상이었던 나에게 그나마 아직까지 밥은 굶지 않게 해준 고맙고 다행스런 생업이다. 그동안 주변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라는 권고에도, 이나이에 무슨 자격증이냐 혹은 이미 난 틀렸어 라는 변명으로 일관해온 나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어느 건설현장에서 가끔 오고가다 마주치면 인사를 주고받던 감리 한 분이 계셨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것도 모자라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원이 밀집한 동네까지 가서 줄을 서서 공부를 하고 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창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의 모든 것은 핑계였고 변명에 불과했다. 그냥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었다.
그렇게 충격을 받고는 멍하니 생각에 잠기다가 그조차도 멍청한 짓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당근에서 중고 바카라을 구입했다. 중고바카라을 펼치는 순간 실소와 더불어 또한번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이 그동안 평소 현장에서 쓰던 전문용어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규정들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진작에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남았을 텐데, 난 게을렀고 무관심했으며 도망다니고 그저 놀 궁리만 했던것이었다.
그렇게 적지 않은 나이에 학구열이 타올랐지만 첫 번째 미션이 주어졌다. 고졸이 최종학력인 나에게 자격증 시험 자격조건 미달이었다. 또다시 방법을 찾기를 며칠, 학점은행제를 알게 되었고 6개월여 만에 2년제 전문대 학점을 취득하고 간신히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것이 작년 2025년 10월경 이었다. 필기시험 후에 제출해도 될 자격증명에 관련된 서류 모두를 미리 제출하고 다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야 나중에 시간에 쫓기거나 잊어버리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위해서였다. 한달, 두달,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났다. 그동안 음주의 유혹이나 놀고싶은 마음들이 나의 의지를 꺾으려 훼방을 놓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한가지를 느꼈다. 작은 일이나 큰일이나 우리의 마음과 각오를 무뎌지게하고 의지를 꺾으려는 순간은 항상 존재하기에 그것을 이겨내는 의지는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결국 공부라는것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그런 노력도 부족했을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필기시험 당일의 차가운 바람이 불었던 시험장 입구와 서늘했던 한기. 어느 유명한 강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연습을 완벽히 했다면 절대로 떨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공부가 부족했지만 한번에 합격을 바라는 욕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때문에 떨리는 것이라고. 나는 과연 스스로가 부끄럽지않은 또 후회없는 최선을 다했는가 자문을 했다. 결론은 아니었다. 부족했고 아쉬웠다.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그때 한 시간 더 바카라을 보고 한시간만 더 잠을 줄였더라면 하고 후회됐다. 그러나 이미 난 내 이름표가 붙어있는 시험장 바카라상에 앉아 있었다.
시험이 시작 되었고 먼저 답안을 제출한 사람들은 자리를 떠났고, 나를 포함하여 대략 대여섯 명 정도만 남아 있던 시험장에서 나는 떨리는 검지 손가락으로 답안을 제출한 후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는 합격.
눈물이 왈칵 날 뻔했다. 나보다 십여분 전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안도의 함숨을 길게 뿜으며 자리를 떠났던 옆자리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뱉어냈다.
“감사합니다.”
늘그막에 굳어버린 머릿속에 도수율이나 강도율 같은 공식을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은 것이 도움이 됐는지 간신히 턱걸이로 붙었다. 당당히 붙은 게 아니라 턱걸이한 것이 창피했지만 이번일로 나 자신을 한번더 뒤돌아보게 되었고, 더욱 매진할 수 있도록 반성하라는 기회를 주심으로 이해했다. 이제 두어 달 후에는 실기시험이 있다. 그토록 다짐하고 반성했지만 여전히 나태하다. 글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자신과의 약속과 자신에게 떳떳함을 안겨주기 위해서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해본다.
자격증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가 아닌 실제 건설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바카라임지는 각오로 공부를 해야 한다. 안전은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라는것이 나의 아포리즘이다. 나의 최종 목적은 내년에 치루는 산업안전지도사 자격증 취득이다. 한사람이라도 다치지 않게 한사람이라도 일하다 죽는 일이 없도록 한글자 한글자마다 바카라임감있게 공부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