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펴면 아가미가 숨을 쉴 거야

[영화] 지느러미 by 박세영 감독, 2026

by서희복

아랫 속눈썹에 걸려 흔들거리며 위태로운 눈물을 담는다. 미세하게 다시 몸속으로 흡수되며 짠 수분이 말라갈 무렵 손바닥을 폈다. 얼마간 물컹한 붉음을 쥐고 있었던 것처럼 손금 사이를 흐르는 전율을 놓치지 않는다. 이미 거기에서 산다.


압도적인 대형 전광판에서 목소리가 흐른다. 최면처럼 밀려드는 힘이 어둠을 장악한다. 가둔 건지 갇힌 건지 모를 결핍과 공포가 원색의 색깔로 춤춘다. 어느 구석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팔을 파고들며 퍼지는 소름이 까끌하다.


출렁이는 핏물이 익숙하고 푸르른 청산가리의 베는 듯한 바람이 지나간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허리춤 비상 독약은 언제나 열려 퍼져나갈 준비를 한다. 살 수 없을 것 같은 냄새나는 더미 속에서도 피아노 선율은 묻는다. 얼마나 우리는 다른 걸까.


감추려 해도 삐져나오는 악취와 포박되기 전 내지르는 방어의 울음소리에 생명이 가느다랗다. 세상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금도 그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심장을 훑어 내보일 수 있는 온기의 여지가 희미한 시간을 산다.


위협하며 붉고 푸른 물빛과 검은 웅덩이, 실루엣으로 슬픈 영혼들이 내내 너울거린다. 흔들리는 눈빛은 희망으로 흐르려다 절망을 안긴다. 돌아오지 않는 안도, 글자로만 커다란 평화에 눌리며 질식해 가는 미래다.

홀리는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글자들이 젖은 가슴속에 각인된다. 어딘지 모르면서 따라가 닿고 보면 무엇을 마쳐야 하는지 막막하다. 확신할 수 없는 지금과 지금이 건너가며 만나는 시간이 핏빛으로 절망하며 사라진다.


쓰인 글이 매끈하게 위장하고 욕망한다. 새겨진 소리 뒤에 실체는 없고 찢어진 영혼이 부유한다. 같이 할 수 있는 건 결박하고 구속하는 일이다. 혼자로 남아야 가능한 의심의 여유는 이해하지 못할 속도로 귓등을 때리는 다급함에 묻힌다.


수천 킬로의 물리적 장벽은 눈을 막고 목을 조이고 가슴을 내리누른다. 안전하지 않은 불안의 징표가 지금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마음속에 쌓은 벽의 높이와 심장을 틀어 쥔 손의 압력은 스스로를 조인다. 생명이 들락거리는 통로가 조금씩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


■ 포스터 from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