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조織造
무엇인가 지나갔다. 마지막에 찍은 점의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 시인과 소설가와 그들이 닿지 않는 곳에 서성이는 타인의 합은 완전하다. 그런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순간을 가두어두려는 욕망은 쉼 없이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따라 움직인다. 잡아내려 하는가. 타인의 움직임은 부유하는 자신과는 상관없다. 부질없는 이유로 허비하는 시간과 공간이 흩어진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달려오는 것들을 맞이하고 달아나는 것들에 환호한다. 다가오는 열기를 손에 넣으려는 건 환상이다. 휘발하는 갈망에 답해야 하는 건 집착이다. 쉬이 놓친다. 미련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나간다. 길을 열어둔다, 세상의 무늬가 드러나도록.
발산하는 진한 땀 속에서 소리치는 고독은 점점 바래지고 집중하는 눈빛 속에서 심장의 온도를 나누려는 열망은 자꾸만 커진다. 고독이 열망으로 수렴하는 그 찰나를 지나간다. 열망이 고독으로 건조해지는 그곳을 기억하기 위해 눌러쓴다. 그 기록에 잠시 취하려는 것이다.
지금이 다시 보이면 그날의 문을 연다. 당도한다는 전갈에 마음을 얹는다. 보이지 않았던 기대는 응축되며 시간으로 서로를 잇는다. 그 겹들이 얽힌 촘촘한 압력으로 숨을 참는다. 숨이 쌓여 공간이 되고 조금의 움직임 만으로도 발화하는 기척이 된다.
다가가 부딪히고 긁히고 흘리며 휘청거린다. 팔을 길게 뻗는다. 얼마간의 공간을 두고 지나치는 손 끝의 여운들과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 남은 흔적으로 꾸준히 살만한 시간들을 뭉친다. 그걸 삶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