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거기서 뭐 먹고살래

by어슴푸레

오늘쯤 댁으로 김치가 택배로 도착할 거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그럼 들어가세요, 하고 끊으려는데 휴대폰 너머로 다급히 날 부르는 목소리.


-에미야. 그래서 애는 학교 안 가고 계속 그러고 있는 거야?

-네.

-어휴. 작년도 그러더니 올해까지. 딸 때문에 네가 아주 늙는다 늙어.

-아니에요. 그래도 한결 좋아졌는데요. 실은요 어머니. 저랑 둘째. 7월 말이나 8월 초에 둘이만 지방으로 이사 나가요.

-어? 이게 무슨 말이야?

-인구가 별로 없는 농산어촌으로 도시 학생들이 유학을 가면 양쪽 교육청에서 30만 원 정도씩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어요. 6개월에서 1년간요. 해당 지자체에서 집도 마련해 준데요. 신청했었는데 오늘, 1차 됐어요. 저쪽 학교랑 일정 조정한 후, 다음 주중에 애랑 면접 보러 가요.

-내려가 살면 큰애는 어쩌고? 애비랑 둘은 서울에 두고?

-아들애는 자기 할 일 잘하잖아요. 미리 말해 두기는 했는데 자기는 좋데요. 드디어 자유라나요. 공부야 다니는 학원 계속 다니면 되고. 가끔 오셔서 들여다봐 주세요. 두 남자.

-그거야 그러는데. 걱정이 돼서 그러지. 거기서도 적응 못 하면 그땐 어떡하냐.

-잘할 거예요. 아이가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전교생이 몇 안 돼서 애한테 더 좋을 거예요.

-거기가 어딘데?

-남쪽 끝이요. 여수 옆에.

-멀리도 간다. 암만 그래도 그렇지. 아무도 없는 거기서 뭐 먹고살래?

-생활비야 대충 될 거 같고. 뭐라도 하겠죠. 걱정 마세요 어머니.


어머니가 걱정하셨다는 말을 남편에게 했다.


-당연히 그러시지. 처음 들었을 때 나도 그랬는데.

-응. 근데 나 있잖아. 재밌을 거 같아.

-저기요?

-저자 직강. 방과 후 교실 같은 거 학교에 제안해 볼까? 엄마들끼리 하는 글쓰기나 독서 모임도 열고. 거기가 여의치 않으면 줌으로. 온라인이니까 전국구 모집도 괜찮을 거 같고.

-저, 저기요? 논문은요?

-쓸 건데. 그래도 심심하지 않겠어? 반찬값 정도는 벌어야지.

-잠깐만요? 저기요? 박 여사. 저기요?


그래도 지식 노동자인데 인터넷 되는,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굶어 죽진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쓰면 오히려 그곳에서의 생활이 더 풍족할 거라는 생각. 자연 속에서 본래면목을 깊이 알아갈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는 생각. 생각 생각 생각의 끝에. 두둥.


줌 강연 개요가 나왔다.



[온라인 특강] 노트북 한 대로 세상에 내 무대 만드는 법


"거기 인프라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데, 대체 뭐 먹고살려고 그래?"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할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던지는, 우려 섞인 질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굶어 죽을까요? 요즘 세상엔 노트북 한 대와 내 안의 콘텐츠만 있다면, 내가 있는 곳이 그 즉시 무대가 됩니다. 집 밖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매드를 넘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익화하는 '지식 창업가'의 생존 가이드, 함께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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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판 벌린다고 남편이 한 소리 하려나.

반사!
인생 독고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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