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영원한 아이들의 나라

종교는 어떻게 죄바카라감으로 성장을 가로막는가

by강훈

어스름한 조명이 깔린 여름 수련회장의 대강당. 에어컨 냉기 사이로 땀 냄새와 눅눅한 카펫 냄새가 뒤섞여 풍긴다.

무대 위 건반 연주자는 반복적이고 구슬픈 단조의 화음을 낮게 깔기 시작하고, 마이크를 쥔 설교자의 목소리는 서서히 격앙된다. 객석에 앉아 있는 이들은 이제 막 열 살을 넘겼거나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아이들, 그리고 철들었다고 말하기엔 아쉬운 고등학생이다. 설교자가 단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강당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포효한다.

"너희가 지난 일주일 동안 부모님 몰래 스마트폰으로 본 음란물, 친구를 향해 품었던 시기와 질투, 부모님께 대들었던 그 교만한 마음이 바로 예수님의 손과 발에 또다시 대못을 박았다! 너희의 그 더러운 죄 때문에 죄 없는 주님이 살이 찢기고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셨다! 너희 손에 피 묻은 망치가 들려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순식간에 강당 안은 공포에 질린 비명과 통곡으로 가득 찬다. 아이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카펫 올을 쥐어뜯으며 가슴을 친다. 숨이 넘어갈 듯 꺽꺽거리며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세요"라고 울부짖는 어린 얼굴 위로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다. 지도교사들과 어른들은 강당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들썩이는 등 위에 손을 얹고 기도를 쏟아붓는다.

그리고 그 밤이 지나면 어른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로에게 속삭인다.

"이번 수련회에서 아이들이 깊은 회개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이것은 감동적인 종교적 각성의 현장이 아니다. 발달심리학의 눈으로 볼 때, 이것은 아직 자아의 경계조차 확립되지 않은 미성숙한 존재의 무의식을 향해 가해지는 가장 노골적이고 정교한 정서적 폭력이다.

왜 종교는 인간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관문에서,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씻을 수 없는 자기혐오’와 ‘피 묻은 죄바카라감’을 영혼의 골수에 새겨 넣지 못해 안달하는가? 인간을 성숙한 주권자로 자라나지 못하게 발목을 꺾어놓아야만 유지되는 거대한 통제 시스템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인간 발달의 정상적인 궤적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한 생명체가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 바로 ‘독립(Independence)’이다.

소아정신분석학의 거장 마거릿 말러(Margaret Mahler)는 아이가 자라나는 핵심 과정을 ‘분리-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 단계로 설명했다.

갓 태어난 영아는 어머니와 자신이 하나의 덩어리로 붙어 있다고 착각하는 공생(Symbiosis) 상태에 머문다. 그러나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차츰 깨닫는다. "엄마는 내가 아니구나. 나는 독립된 개별적 존재구나." 아이는 두려움 속에서도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 방 안을 탐색하고, 넘어지며 무릎을 깨뜨리고, 스스로의 감각과 판단으로 세상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 역시 같은 진실을 가리킨다.

건강한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평생 자신의 품 안에 가두어두는 감옥 간수가 아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 밖으로 당당하게 뛰어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안전기지(Secure Base)’가 되어주어야 한다. 아이가 세상과 부딪치며 겪는 실수를 포용하고, 마침내 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도 제 두 발로 삶을 꾸려갈 수 있을 때 기꺼이 그 손을 놓아주는 것. 그것이 부모가 감당해야 할 사랑의 완성이자 성장의 순리다.

그러나 종교라는 거대한 부모는 정확히 정서적 학대를 일삼는 ‘나르시시스트 독성 부모(Toxic Parents)’의 파괴적 행동 양식을 그대로 복제한다.

독성 부모의 공통된 특징은 자녀의 독립을 극도로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독립된 인격체가 되는 순간, 자신의 통제권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성 부모는 자녀의 자립심을 꺾기 위해 교묘한 심리적 가스라이팅을 일삼는다.

"너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력한 아이다." "저 바깥세상은 악하고 위험한 곳이라 나가면 다치거나 죽을 위험이 높아진다." "오직 내 말에 복종할 때만 너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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