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유효기간이 끝난 마음과 영혼의 치유

치유와 죽음의 독점권 붕괴

by강훈

17세기 유럽의 어느 음산한 겨울, 갓 낳은 아기를 품에 안고 넋이 나간 채 눈물만 흘리는 한 젊은 어머니가 있었다.

출산 후 호르몬의 급격한 붕괴와 극심한 육체적 탈진이 몰고 온 현대 의학의 전형적인 '산후우울증'이었다. 젖을 물릴 기운조차 없고, 머릿속에서는 아기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강박 사고가 쉼 없이 밀려들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뇌 신경망이 뿜어내는 이 통제 불가능한 어둠 속에서,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눈길을 헤치고 마을 성당으로 달려가 차가운 고해성사실 나무 칸막이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격벽 너머 어둠 속에서 엄숙한 얼굴의 사제가 여인의 흐느낌을 들었다. 그러나 근대 이전의 종교 체계에는 신경전달물질의 고갈이나 호르몬의 불균형,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의 렌즈가 전무했다. 사제가 쥔 진단서는 수천 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낡은 양피지 한 장뿐이었다.

사제는 가슴을 쥐어뜯는 여인을 향해 냉정한 목소리로 판결을 내렸다.

"모성이라는 거룩한 은총을 거부하는 네 마음속에 사탄이 틈을 탔구나. 네 믿음이 턱없이 부족하며, 마음 깊은 곳에 회개하지 않은 은밀한 죄가 똬리를 틀고 있는 탓이다. 금식하며 무릎이 닳도록 참회의 기도를 올리고, 교회에 정결의 제물을 바쳐라."

치유를 바라고 기어 들어간 자리에서 여인이 받아 든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니었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저주받은 악마'라는 더 잔혹한 자기혐오와 파괴적인 죄바카라감의 멍에였다. 여인은 차가운 돌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스스로를 학대했고, 결국 뇌의 병증은 악화되어 정신착란 속에서 마녀로 몰려 화형대에 서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비극은 중세의 이상한 예외가 아니다. 근대 이전의 인류 역사 전체를 관통해 온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전쟁터에서 동료의 뇌수가 터지는 것을 목격하고 돌아와 밤마다 비명을 지르며 발작하는 병사(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랑하는 자식을 전염병으로 잃고 공황에 빠진 아버지, 뇌전증으로 쓰러져 거품을 무는 청년.

그들이 울며 찾아갈 수 있는 슬롯적 창구는 오직 사제의 고해성사실과 교회의 제단, 혹은 무당의 신당뿐이었다.

종교는 수천 년 동안 인류의 고통을 치료하는 '유일한 독점 병원'이었다. 그러나 그 병원은 치명적인 오진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인간의 뇌와 무의식이 뿜어내는 자연스러운 상처와 기능 이상을 모조리 '도덕적 타락'과 '신앙의 결함', '악마의 빙의'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고통받는 자에게 위로를 건네기는커녕, 상처 입은 마음에 죄바카라감이라는 소금을 한 바가지 들이붓는 이 비뚤어진 영적 가스라이팅이야말로 종교가 인간의 영혼을 통제해 온 가장 잔혹한 비즈니스의 실체였다.

그러나 19세기말, 파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과 비엔나의 한 조용한 진찰실에서 인류 정신사를 뒤흔드는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었다.

신경학자 장마르탱 샤르코(Jean-Martin Charcot)와 젊은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진찰실에 깔린 푹신한 벨벳 소파, 즉 ‘카우치(Couch)’의 등장이었다.

프로이트는 환자를 캄캄한 고해성사실의 격벽 뒤에 무릎 꿇리지 않았다. 대신 햇살이 비치는 방 안의 편안한 카우치에 눕히고, 그들의 횡설수설과 눈물, 두서없는 기억의 파편들을 단죄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했다. 그리고 마침내 선언했다.

"이것은 하늘의 징벌도, 마귀의 장난도 아니다. 가혹한 현실과 억압된 상처 앞에서 연약한 인간의 무의식이 터뜨리는 필사적인 구조 신호다."

'죄(Sin)'라는 신학적 언어가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고, 그 자리에 '상처(Trauma)'와 '무의식의 방어기제'라는 심리학의 언어가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고통은 종교적 심판의 대상에서, 과학적 이해와 연민의 대상인 ‘질병과 심리적 상처’로 재정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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