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침묵과 기계론적 우주의 탄생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광활한 진공 속에 내던져진 티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고대인은 없었다. 인류가 문명의 깃발을 꽂았던 모든 대륙에서, 하늘은 차가운 암흑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감싸 안는 다정하고 완벽한 지붕이었다.
서구 중세의 하늘은 단테의 <신곡>이 묘사하듯 겹겹이 중첩된 투명한 수정구의 세계였다. 가장 낮은 곳에 부동의 지구가 고정되어 있고, 그 위로 달과 태양, 행성들을 품은 천구들이 조화로운 화음을 내며 돌았으며, 가장 바깥자리에는 온 우주를 주관하는 신과 천사들이 머무는 ‘최고천(Empyrean)’이 자리했다.
인도 대륙과 불교의 우주관 역시 거대한 축을 중심으로 한 장엄한 궁전이었다. 세계의 한가운데에는 황금과 보석으로 솟아오른 거대한 성산인 ‘수미산(須彌山, Meru)’이 우주의 배꼽처럼 우뚝 서 있고, 해와 달은 그 거대한 산허리를 돌며 빛을 비추었으며, 그 둘레를 일곱 개의 향기로운 바다와 산맥이 감싸 안았다. 인간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은 그 장대한 우주적 대칭의 한구석에 확고한 제자리를 부여받고 있었다.
동아시아의 사유도 다르지 않았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질서 속에서, 밤하늘의 뭇별을 거느린 북극성은 지상의 군주와 정확히 교감했다. 하늘이 뜻을 품으면 지상에 비가 내리거나 가뭄이 들었고, 인간 군주의 부도덕은 혜성이나 일식이라는 하늘의 경고로 즉각 되돌아왔다. 아라비아의 사막에서도 메카의 카바 신전은 지상과 일곱 층의 하늘을 수직으로 잇는 신성한 우주의 중심이었다.
문명마다 신화의 문법과 신들의 이름은 달랐지만, 그들이 공유했던 세계의 본질은 하나였다. 우주는 인간의 도덕과 분리될 수 없는 곳이며, 세계는 철저히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아 건축된 ‘도덕적 요람’이라는 확신이었다.
지구가 중심에 박혀 있어야만 인간을 향한 신의 사랑과 분노, 성육신과 업보의 인과율, 그리고 종말의 심판이라는 거대한 연극이 비로소 성립할 수 있었다. 중심에 존재한다는 것은 곧 온 우주의 지극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존재론적 보증수표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