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강훈

오래전, 칠흑 같은 밤하늘에 벼락이 내리 꽂히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온 마을 사람이 숨을 거둘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왜 이토록 잔인하게 굴어대는지 알 수 없다는 공포는, 죽음 그 자체보다 더 지독한 질식감을 선사했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이야기'다.

신이 노했다거나, 거대한 우주의 질서가 우리를 시험하는 중이라는 해설은 힘들고 고단하며 예측이 불가능한 세상에서 인간의 정신을 보호해 준 첫 번째 울타리였다. 비록 그것이 객관적 사실은 아니었을지라도, 불안이라는 무서운 괴물에 맞서 인류를 연명하게 한 고마운 인문학적, 문명적 기술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시력이 정교해지면서 굳건해 보이던 울타리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망원경과 현미경은 하늘 위와 몸속의 신비를 투명한 물리 법칙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혼의 영역이라 믿어왔던 거룩한 구원의 감격이나 깊은 구렁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죄바카라감조차, 심리학과 뇌과학의 조명을 받으며 뇌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작용임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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