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부모가 되고, 그 아기들과 눈을 맞추는 날들
한대협 제자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한 명, 두 명 늘어나더니 이제는 제법 많다. 문득 궁금해서 세어보았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만, 지난달에 태어난 아기까지 포함하니 모두 열두 명이다. 대학생으로 만났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많은 아이가 생겼다니. 세어놓고 나도 웃음이 났다.
그중 한두 살 아기들과 함께 있다 보면 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짝짜꿍을 하더니 곤지곤지도 하고, 이제는 만세와 이쁜 짓, 도리도리까지 온갖 재롱을 다 부린다. 작은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드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양옆으로 흔드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쁠 수 있다니. 몇 번을 보아도 또 보고 싶고, 할 때마다 웃게 된다.
얼마 전에는 한 아기가 내 어깨에 자기 머리를 비볐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추고 웃어주었다.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작은 몸을 내게 기대는 것도 사랑스러운데, 눈까지 맞추며 웃어주니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 짧은 순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함께 밥을 먹을 때면 내가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여주기도 한다. 나는 저녁을 먹지 않는 편이라서, 겸사겸사 아기를 챙기며 제자들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아기를 챙기다 보면 자기 밥은 뒤로 밀리기 쉽다. 한 숟가락 먹으려다가도 아기부터 살피고, 먹던 중에도 손이 바빠진다. 그럴 때 내가 이유식을 먹여주면 제자는 잠시 자기 식사에 집중할 수 있다.
나도 그 시간이 좋다. 한 숟가락씩 먹여주며 아기의 표정을 보고, 눈을 맞추고, 재롱에 웃는다. 제자가 편하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그것도 기쁘다. 오래전부터 아끼던 제자와 그 제자가 아끼는 아이를 함께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대학생이던 제자들이 엄마와 아빠가 된 모습은 여전히 신기하다. 진로를 고민하고, 일을 배우고, 관계 속에서 서툴러하던 모습을 기억하는데 이제는 자기 아이를 안고 달랜다. 아기의 작은 반응을 살피고 필요한 것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 함께한 세월이 새삼 느껴진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도 선명한데, 내 앞에는 어느새 부모가 된 제자가 있다.
제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도할 때면 눈물이 맺히곤 한다. 이름만 떠올려도 그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차오른다. 함께 지내며 나누었던 이야기와 그 제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제는 기도하며 떠올리는 얼굴 곁에 배우자와 아이도 있다. 그 제자가 소중하고, 그가 사랑하는 가족도 소중하다.
아기를 키우는 일상에는 내가 잠깐 함께하는 시간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수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라도 제자들이 따뜻한 밥을 편하게 먹고, 잠시 두 손을 쉴 수 있으면 좋겠다. 그사이 나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놀면 된다. 내게도 행복한 시간이다.
요즘 나는 아기들의 천국에 있는 것 같다. 짝짜꿍 한 번에 웃고, 도리도리 한 번에 또 웃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나도 따라 웃다 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지난달에 태어난 아기는 앞으로 어떤 표정으로 웃어줄까. 열두 명을 세어보니 앞으로 만날 사랑스러운 순간도 참 많겠다.
한대협을 시작할 때 이런 기쁨까지 기대하지는 못했다. 대학생들을 만나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을 생각했지, 훗날 그들의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여주는 내 모습까지 그려보지는 않았다. 오래 함께하다 보니 처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한때 내 앞에서 웃던 제자가 이제는 자기 아기의 웃는 모습을 보며 함께 웃는다. 나도 그 곁에서 웃는다.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던 제자의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있다.
오래 함께하니 이런 기쁨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