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남유럽여행
▲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 © Kyros YN 2026
11월 초 스페인의 날씨는 여전히 변화무쌍하다. 어제부터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오늘은 북대서양 북서안(北西岸)에 위치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종착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으로 향한다. 우리의 베이스캠프 바이오나(Baiona)에서 AP-9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1시간 20분 거리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주차장에 도착한다. 10여 분 빗속을 걸어서 대성당 박물관(Museo da Catedral de Santiago)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주변이 한산하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위치한 대표적인 베네딕토회 수도원(Monasterio benedictino)으로, 성 야고보 사도(Santiago Apóstol)의 무덤이 발견된 9세기 무렵 그 주변에 정착한 수도승 공동체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현재의 건축물은 16세기말부터 18세기에 걸쳐 조성되었으며, 특히 바로크 양식의 장엄한 외관과 내부 장식이 특징이다(https://www.museocatedraldesantiago.gal). 스페인에서 엘 에스코리알(El Escorial) 다음으로 큰 수도원급 건축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신학교와 문화·전시 공간 등이 자리하고 있다.
교구 박물관(Museo Diocesano)은 산티아고 대교구의 종교·역사·미술 유산을 보존·연구·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종교 조각·회화·금속공예·전례용품 등을 폭넓게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운영시간은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2시, 오후 4시~7시; 가이드 투어는 오후 12:30과 4:30이다. 일반 성인 입장료는 5유로이며 일요일~월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영광의 현관(Pórtico da Gloria)은 대성당의 서쪽 입구에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조각 현관으로써, 1168~1188년 마스터 마테오(Master Mateo) 등이 제작하였다. 이는 요한계시록과 구약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종말과 천상의 예루살렘을 묘사하고 있다(https://catedraldesantiago.es).
포르투갈 궁전에서 자국(自國) 여행객을 향한 관리인들의 무례한 행태를 이곳 박물관에서 경험한다. 무질서하고 통제가 어려운 일부 단체관광객을 목격한 적은 있지만 현장 관리인들의 태도는 지켜보기 불편할 정도로 고압적이고 거칠다.
그들의 문화유산을 만나기 위해 소중한 시간과 경비를 투자해 찾아온 방문객을 대하는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요 성물(聖物)과 예술품 등은 온통 철창으로 둘러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편치 않다. 관리인의 태도마저 밝고 친절했던 스페인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하는 한몫을 담당한다.
1997년 ‘최초의 유럽 문화 순례길’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Way of St. James)’은 천 년 유럽 역사를 반영하는 상징이다(https://www.pilgrim.es).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은 프랑스 길(Camino Francés), 북쪽 길(Camino del Norte), 잉글리시 길(Camino Inglés)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여정에 따라 우리는 스페인 남부 주요 순례길 출발지를 거쳐 북대서양 서부 해안을 따라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향했다. 달리는 도중 길을 따라 순례길 안내 표지판이 나타날 때면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목적지를 향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안함을 갖게 한다.
대성당에 도착하니 서쪽 출입구가 폐쇄되어 뒤편 동쪽 출입구를 통해 성당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미사(Misa) 시간이 가까워진 탓인지 성당 내부는 이미 많은 순례자와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은 사도 성 야고보(Santiago el Mayor)의 유해가 안치된 곳으로 전해지며, 1075년경 로마네스크 양식의 현재 대성당 건축이 시작되어 1211년 성당이 봉헌되었다(https://catedraldesantiago.es). 중세 유럽의 대표적인 순례지이고 카미노데산티아고의 목적지이자 예술·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성당을 포함한 구시가지는 198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https://whc.unesco.org).
대성당 본당 입장은 무료이지만 박물관·영광의 문(Pórtico de la Gloria)·지붕·탑 등 특별 관람은 유료이다. 성인 입장료(박물관 + 영광의 문)는 15 유료이며 박물관은 매일 10:00 ~ 20:00 운영한다.
대성당의 내부는 오르간의 웅장한 파이프와 화려한 성가대, 제대 등이 엄숙한 느낌을 준다. 제실(祭室)에는 수세기간 수집된 그림, 제단화, 성물함(Relicario), 조각상 등이 있다. 순례길의 중심지 대성당에서 실제 미사 참여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 어두운 잿빛의 외관과 대조적으로 조명에 빛나는 내부는 한결 화려한 느낌을 준다.
대성당이 순례자의 신앙 중심지라면, 순례길 여정의 물리적 종착지점은 북대서양과 맞닿은 피스테라 등대(Faro de Fisterra; Faro de Finisterre)이다. 이곳은 대성당에서 서쪽으로 AC 441/445 도로를 따라 약 1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다. 여전히 쏟아지는 빗길을 달려 순례길이 끝나는 마지막 등대로 향한다.
피스테라 등대(Faro de Fisterra; Faro de Finisterre)는 아 코루냐(A Coruña) 주의 피스테라 곶(Cabo Fisterra) 끝에 자리한 등대로 고대부터 ‘땅의 끝(Finis Terrae)’으로 여겨져 온 곳이다. 피스테라 순례길(Camino de Fisterra-Muxía)의 종착지로 많은 순례자들이 찾고 있다. 이곳은 북대서양을 향해 펼쳐지는 장대한 풍경과 일몰로 유명하며, 현재의 등대는 1853년 해발 138 m 지점에 건립되었다(https://www.turismo.gal).
폭풍우를 뚫고 드디어 순례길의 종착지점에 도착한다. 북대서양 해안 순례자 조형물과 고행의 길을 함께 한 듯, 잠시 감회(感懷)에 젖는다.
북대서양을 마주하며 땅 끝에 서있는 순례길 종점(0 km) 표지석을 대하며 이내 무념무상(無念無想)이 된다. 사람들은 이국(異國) 땅 끝 이곳에 이르러 무엇을 찾고 무엇을 내려놓으며 다시 세상 속으로 떠나는 것일까?
악천후 덕분(!)에 이 유명한 등대 주위엔 우리 외에 다른 여행객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빗속에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등대의 모습이 더없이 쓸쓸하다.
등대 단지에는 호텔 엘 세마포로 데 피니스테레(Hotel El Semáforo de Finisterre)가 있다. 원래 1879년 해군 선박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 건립된 ‘세마포로(Semáforo)’ 시설이었으나 1999년부터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스토랑, 카페, 바다를 향한 테라스를 갖추고 있으며 피스테라 등대와 함께 북대서양의 광활한 풍경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호텔이다.
시야를 가리는 거센 빗줄기와 차량이 흔들리는 폭풍 속에서 간간히 길을 터 주어 드디어 순례길 종착지에 발자국을 남긴다. 유럽의 다양한 문화와 빼어난 경관을 여행했지만,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덜어낸 순례길은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채우는 폭풍우 속 평화를 안겨 준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