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남유럽여행
▲ 파라도르 데 바이오나(Parador de Baiona) 항공 뷰 © paradores.es
포르투갈을 떠나 5시간여 거리의 스페인 북서쪽 바이오나(Baiona)로 향한다. 포르투갈에서 처음 경험했던 수많은 톨게이트와 카메라 자동인식 장치 등 복잡하고 번거로운 도로상황이 반복된다. 상황을 벗어나 스페인 국경에 들어서자 시차는 다시 1시간이 빨라진다. 오는 내내 거세게 몰아치던 폭우는 지나가고 지금은 평온하다. 그동안 편리하고 아늑한 현대시설의 호텔을 뒤로하고 오늘은 새로운 파라도르(Parador) 체험 현장이다.
스페인 갈리시아(Galicia) 지방 남서부, 북대서양(El Océano Atlántico Norte)의 품에 안긴 몬테레알 반도(Península de Monterreal) 끝자락에 파라도르 데 바이오나(Parador de Baiona)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2,000년 전 고대 정착지부터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정복했다고 전해지는 몬테 보이(Monte Boi) 언덕 위의 요새로(http://library.eshikshya.org) 로마와 서고트(Visigodos), 무슬림의 역사가 겹겹이 쌓인 유서 깊고 전망(展望)이 뛰어난 장소이다.
현재의 몬테레알 성(Castillo de Monterreal)은 12세기에 축조가 시작되어 16세기에 현재와 유사한 성곽 형태를 갖추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성 안에 신고딕(Neogótico) 양식의 몬테레알 궁전(Palacio de Monte Real)이 건립되었다. 이후 1963년부터 1966년까지 대대적인 복원과 개조를 거쳐 오늘날의 파라도르로 거듭났다(https://paradores.es). 호텔 로비의 웅장한 석조 계단과 바이오나 만(Bahía de Baiona)을 마주한 드넓은 정원은, 방문객을 중세의 낭만 속으로 안내하며 시대를 넘나드는 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게 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파라도르는 직원이 직접 캐리어를 나누어 끌고 긴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 객실에 도착한다. 객실의 인테리어는 여느 파라도르와 유사하게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고, 창문에는 목재 이중창이 설치되어 있으며 현관 또한 목재 중문으로 짜맞추어져 있다.
바닷가에 우뚝 솟아 있는 웅장한 성채 객실의 창문 바로 아래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해변을 둘러싼 성벽길과 산바카라로를 거니는 모습이 다정하다.
매일 극심한 폭우가 예보 중이라 오늘의 일정을 아예 취소하기로 한다. 어제처럼 무서운 빗속을 다시 달리고 싶지 않다는 아내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다. 하지만 조식 후에도 예보된 비는 내리지 않아 바이오나의 명소, ‘바위의 성모(Virgen de la Roca)’가 위치한 산손(Monte Sansón)을 찾아 길을 나섰다.
폰테베드라(Pontevedra)주의 해안 도시 바이오나에는 몬테 산손(Monte Sansón)의 암반 위에 도시의 상징인 '바위의 성모상(Virgen de la Roca)'이 우뚝 서 있다. 1910년 착공되어 1930년 완공된 이 기념물은 건축가 안토니오 팔라시오스(Antonio Palacios)가 설계했으며 높이는 약 15 m에 이른다. 몸체는 화강암으로 조성되었고, 조각가 앙헬 가르시아 디아스(Ángel García Díaz)가 카라라(Carrara) 백색 대리석으로 제작한 성모의 얼굴과 손이 작품의 예술성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성모 마리아가 오른손에 작은 배(Barco)를 들고 있는 독특한 형상은 바이오나의 해양 전통과 선원·어부의 수호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성은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ristóbal Colón)의 첫 번째 항해를 마친 라 핀타(La Pinta)호가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바이오나에 입항하여 신대륙 발견 소식을 전했던 역사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성인 입장료는 1.5유로이며, 성모상 내부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배 모양의 전망대(Mirador)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바이오나 시가지와 대서양 그리고 멀리 시에스 제도(Islas Cíes)까지 탁 트인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평일 15:30~18:30,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11:00~14:00)과 오후(15:30~18:30)로 나뉘어 운영되나 월요일은 휴관이다.
파라도르는 전형적인 중세풍의 성곽에 둘러싸여 있다. 성곽 남서쪽에는 해변, 운동시설, 소규모의 공원, 주차장이 갖추어져 있다.
성 남쪽 외곽 입구를 지나면 바로 북쪽에 첫번째 관문, 태양의 문(Porta do Sol)이 나오고, 약 1분 거리에 두번째 관문인 포르타 레알(Porta Real)을 통과하여 성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호텔 성벽을 둘러 조성된 산바카라길을 걸어본다. 한쪽 시가지를 제외하면 3면을 빙 둘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멋진 산바카라길이다. 성벽 사이사이는 물론 오랜 세월 성곽을 지켜 온 나무에도 이끼가 두텁게 덮여 있다. 호텔 투숙객 이외의 일반 관광객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아침 산바카라을 즐길 수 있다.
세월을 간직한 성벽을 따라 거닐면 리아스 바이샤스(Rías Baixas)의 수려한 해안선과 비고 만(Ría de Vigo)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광활하게 펼쳐진다. 끊임없이 반복되었던 강대국들의 전장 흔적도 성곽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가파른 해안 절벽(Acantilados) 아래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대서양의 생동감을 드러내 보인다. 멀리 수평선 위로는 시에스 제도(Islas Cíes)가 눈길을 잡는다.
유럽 여행 중 한 곳에서 중세의 고성에 투숙하면서 동시에 산행, 해양 스포츠, 구기종목 등 다채롭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꽤 만족스러운 여행지는 흔하지 않다.
오후에는 예보되었던 폭우가 쏟아진다. 창문 밖 하얀 파도 위로 선명하게 퍼붓는 거센 빗줄기와 함께 커피를 내리며 휴식을 취한다. 여행객을 배려해 잠시 기다려준 날씨 덕택에 오늘도 여유 있는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