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지 않는 연습
고무금의 치료실에서는 음악이 사라졌다. 전자 키보드와 탬버린이 있던 자리에는 의자 두 개와 작은 테이블만 남았다. 엄마도 예약노트를 펼치지 않았다. 대신 창틀을 닦고 물컵을 채웠다.
집에서는 아침마다 옷이 침대 끝에 놓여 있었고, 벗어놓은 옷은 어느새 서랍으로 돌아갔다. 냉장고 앞에 서 있으면 엄마는 묻기도 전에 필요한 것을 꺼내주었다.
어느 날 무금이 세탁기 앞에서 셔츠 몇 장을 들고 서 있자 엄마가 뒤에서 가져갔다. 무금이 손을 놓지 않자 엄마가 이상하다는 듯 “왜?” 하고 물었다. 자기가 하겠다는 말에 엄마는 웃으며 자신이 하면 금방이라고 했다. 무금은 셔츠를 놓지 않은 채 잠시 생각했다.
“저도 해봐야 해요.”
무금은 세탁기 앞에 적힌 글씨를 한참 읽었다. 엄마는 옆에서 세제와 버튼을 번갈아 보며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다. 버튼 하나를 잘못 누르자 엄마의 손이 앞으로 나왔다가 멈췄다. 무금이 “이거?” 하고 묻자 엄마는 손을 뒤로 거두며 네가 해보라고 했다.
세탁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금과 엄마는 나란히 서서 젖어가는 셔츠를 바라봤다. “돌아가네.” 무금이 짧게 “네.” 했다. 엄마는 부엌으로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얼굴을 내밀어, 끝나면 바로 꺼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금이 말없이 바라보자 엄마는 입을 다물었다.
“알았어. 여기까지만.” 그 뒤로 엄마의 손은 전보다 자주 중간에서 멈췄다. 무금도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침묵치료를 다시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오후, 낯선 여자가 치료실을 찾아왔다. 예약표의 직업란에는 ‘기업 교육 담당자’라고 적혀 있었다. 무금은 평소처럼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여자를 묵음실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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