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주년을 앞둔 회고록
가을바람이 살살 불어오고 활동하기 좋은 10월.
작년 이맘때쯤 결혼했으니, 곧 결혼 1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른이 훌쩍 넘어 한 결혼이기에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고, 육아하는 과정을 많이 봐왔던 터라 나는 결혼하면 대체로 원만하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2년여의 연애기간을 지나, 결혼 후 1년을 뒤돌아보니 결혼은 확실히 연애와는 다른 영역의 현실적 고민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생활하면서 밥 먹고, 나들이 가고, 장보고 너무나도 감사하고 좋은 것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30년 이상을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왔던 남녀가 당사자 둘의 문제, 그리고 당사자 주변의 가족들과 지인들과의 일들에 있어서 가치관의 우선순위나 상식 또는 평균의 수준이나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일 텐데요. "이견은 당연히 생길 수 있는 부분이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간다."라는 게 교과서적인 답변이나, 현실에서는 누군가의 요구로 혹은 관습적 상황에 의해 이러한 교과서적인 대화가 원활하게 흐르지는 않았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때론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때론 짜증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을 테니깐요. 또한 저는 성격상 감정의 기복이 덜하고, 신중하고 차분하게 결정하는 스타일이고 아내의 경우는 빠른 판단과 속전속결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상호보완이 되기도 하고 때론 서로의 스타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일례로 저는 누군가가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이야기를 해도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의 표현을 잘 못하는 스타일인데요.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하면서 추후의 부정의 의견을 표하는 반면, 아내는 아닌 건 아니라고 그 자리에서 바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었죠. 뭐가 맞다는 없겠으나, 가족모임이나 어른들이 하는 말에 있어서 이러한 저의 태도가 아내는 때때로 서운한 점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아닌 건 남편인 제가 확실히 잘라 주기를 바랐던 거죠.
결혼초 이런 상황들을 몇 번 겪다 보니 사실 저도 나름대로 눈치 아닌 눈치를 많이 봤던 거 같기는 합니다. 부모님과 소통할 때도 세 번 이야기할 걸 고민하고 한 번만 이야기하게 되고(웃음). 반대로 처가 쪽에도 저는 나름의 고민들을 가지고 지내왔는데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에 친척들이나 여럿이 어울리는 문화에서 생활했는데 처가의 경우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더라고요. 독립적이고 각자의 삶에 크게 간섭하거나 터치하지 않는 분위기랄까. 그래서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과 친해지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심적 압박감을 계속 가지고 있었거든요. 아내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작년에 결혼을 앞두고, 제가 SNS 계정에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베리의 <인간의 대지> 속 구절을 인용했었는데요. "결혼은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1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 이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부부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방향을 지향하게 된다는 의미보다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대화하고 배려하면서 비슷한 방향을 지향하며 나아가는 게 아닌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이때까지 생각해 왔던 상식. 내가 이때까지 생각해 왔던 평균의 의미가 다시 설정되고 아내의 세계관과 소통하며 새로운 상식과 평균을 재설정해나가는 과정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