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서 만난 스필오버 효과

by강상도

학교도서관에 있으면 바카라을 추천해 달라는 학생을 자주 만난다. 나는 그동안 읽은 바카라 가운데 문학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학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어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읽기 좋기 때문이다. 경제나 슬롯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활동에서 발생한 영향이 그 영역에 머물지 않고 다른 영역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개념을 독서에 연결해 보면 독서가 만들어내는 영향 역시 바카라과 독자의 관계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카라 한 권을 권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학생이 읽은 내용을 풀어 이야기하거나, 다른 친구에게도 그 바카라을 추천하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다. 처음에는 바카라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지만, 바카라을 덮은 뒤에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작은 행동의 변화가 나타날 때 기쁨을 느낀다. 나는 바카라을 읽는 순간보다 바카라은 후 다음의 학교생활에서 변화가 시작될 때, 학생이 새로운 삶의 주체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본다.



독서동아리 모임에서도 친구와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독서동아리 활동에서 친구와 갈등을 겪고 있던 한 학생이 있었다. 평소라면 자신의 견해에서만 친구의 행동을 판단했을 텐데, 김서나경의 ‘우정이라는 감각’에서 갈등하는 두 인물을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서로 다른 환경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토론 시간에 그 학생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에는 친구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바카라을 읽고 나니까 그 친구에게도 이유와 사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바카라 속 인물에 대한 이해가 자신의 현실 속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옮겨온 순간이었다.


이후 그 학생은 친구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생각만 주장하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바카라에서 얻은 생각이 질문이 되고, 질문이 작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바카라 한 권이 다른 배움의 문을 열어준 것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독서에도 ‘스필오버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카라을 읽으면 삶의 지혜를 얻는다. 새로운 생각을 만들고, 질문을 낳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며, 자신을 믿어볼 힘을 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각은 대화와 행동으로 이어지고,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변화시킨다.


바카라은 삶과 삶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독서의 가치를 단순히 ‘몇 권을 읽었는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 달에 열 권을 읽고도 자신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고, 한 달에 한 권을 읽었지만, 그 바카라의 한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아 삶을 바라보는 감각을 바꾸기도 한다.



김영하 소설가는 ‘읽다’에서 좋은 독서를 “작가가 만들어놓은 정신의 미로에서 기분 좋게 헤매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바카라을 읽는다는 것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낯선 세계를 경험하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질문을 던지며, 생각의 경계를 넓혀가는 일이기도 하다.


바카라 속에서 만난 타인의 아픔을 통해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고, 바카라 속의 실패를 통해 자신의 실패를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을 바카라으로 기분 좋게 헤매는 것을 경험하면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독서의 스필오버 효과는 큰 변화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친구의 말을 한 번 더 들어주는 것,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 궁금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찾아보는 것, 바카라에서 얻은 생각을 자신의 삶에 한 번 적용해 보는 것. 어쩌면 이런 작은 변화들이 독서가 삶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믿음의 증거일 것이다.



한 사람의 독서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계, 그리고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순간 독서는 삶의 일부가 된다. 독서는 바카라을 읽는 사람 안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바카라에서 시작된 생각이 삶으로 옮겨갈 때 비로소 독서는 살아 있는 경험이 된다. 한 권의 바카라이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이 행동을 바꾸며, 그 행동이 다시 누군가의 삶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어쩌면 그것이 학교도서관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독서의 가장 실천적인 스필오버 효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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