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가을에 한 번 김장을 하지만, 회사에서는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 김장을 한다. 겨울 김치가 떨어질 무렵에 김장을 해서 지사와 결연을 맺고 있는 노인, 아동청소년, 이주민 등 도내 660여 가정에 전달한다. 김장하는 날에는 기부자도 오시고, 봉사자도 100명 넘게 오셔서 앞마당에서 큰 판을 벌인다.
이번 봄 김장은 5월 12일(화) 10시로 일정이 잡혔다. 우리 부서에서는 김치재료와 김치통 등 김장에 필요한 물품을 사전 구매하는 일을 한다. 구호복지팀에서는 직원 업무분장을 짜고, 봉슬롯 참여인력과 역할을 체크하며, 지역별 수량을 확정한다. 행사날은 아침부터 직원들 모두가 참여한다.
야외 행사를 할 때마다 제일 중요한 건 날씨다. 하늘이 적십자를 잘 봐주는지 김장하는 도중에 비가 온 적은 내가 여기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없었다. 5월은 날씨도 화창한 달이니깐. 그런데 일기예보에 없던 비 소식이 행사 3일 전에 등장했다. 월요일 오후부터 행사날인 화요일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했다.
담당부서에서 당초 알린 시간보다 2시간 앞선 오후 1시에 장소 세팅하자고 호출했다. 창고에서 텐트를 꺼내서 앞마당에 치고, 김장할 테이블을 설치했다. 테이블 위에는 비닐을 씌운 뒤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고정한다. 재료는 당일 날 아침에 올 예정이라 1시간 정도 작업하니 준비가 끝났다.
오후 늦게 다시 일기예보를 보니 비 내리는 시간이 오전 10시까지로 한 시간 뒤로 밀렸다. 딱 요렇게 비가 그치면 제일 좋은데... 햇빛이 쨍쨍하면 오히려 더워서 지친다. 구름 낀 하늘은 일하기에 알맞다. 그렇게 내일도 별일 없겠지 하며 퇴근했다.
김장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굵은 비가 내렸다. 비 그치는 시간이 11시로 1시간 또 밀려 있었다. 간단하게 행사를 야외에서 가지고 시작하는데,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건물 1층에서 하기로 바꾸었다. 김장은 실내에서 하면 진행이나 뒷정리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야외에서 그대로 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1층에 모였는데, 또 10시가 되니 비가 잦아들었다. 실내에서 하려던 개회식 행사를 다시 앞마당으로 바꾸었다. 신기하리만치 딱 맞게 떨어진 날씨. 이때부터는 봉사원님들의 시간이다. 알아서 척척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김치통에 김치를 적게 담으면 드리고도 욕을 먹을 수 있다. 봉사자들은 제대로 담았는지 최종 확인하고, 끝낸 김치통은 현관 앞으로 다 모았다. 12시가 되니 김장이 모두 끝났다. 그리고 정해진 수량만큼 제작된 것을 확인한 후에 다 같이 모여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이날 만들어진 김치는 봉사원들이 타고 온 차에 실어 도내 곳곳으로 나갔다. 봉사자들은 가져간 김치를 봉슬롯별로 나누고 담당봉사원은 가정별로 방문한다. 날씨 때문에 걱정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잘 끝났다. 오후가 되니 몸이 노곤해졌다. 그렇게 또 김장행사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