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월요병 있는 거.. 아니죠?

by두근거림


일상에서 '지겹다'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쓰는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월요일 점심시간마다 지겹다는 말을 곱씹는다. '지겨워. 지겨워. 지겨워!' 나만 그런가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는 했다.


"선생님은 혹시 월요병이 있으신가요?"


대게는 있다고 했다. 혹자는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표정과 말투, 행동에서 월요병을 짐작할 만한 징후가 드러나곤 했다. 굳은 얼굴, 잠긴 목소리, 경직된 동작은 월요일 병을 앓는 익숙한 모습에 가깝다.


"아니요. 저는 월요일이 오히려 기다려지는데요?!"


그.. 그럴 수가 없는데. 월요일이 기다려진다니! 월급 받는 날이라 기다린 적은 있어도 기다려진 적은 없었다. 온라인 게임 동료는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을 충만한 기분으로 맞는다고 했다. 월요일 점심시간을 지나는, 그의 모습에서 편안함마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돌아보면, 나에게 월요병이 찾아오는 원인은 평일과 주말의 생활 차이에서 비롯된다. 상담심리사로 일하는 나는 되고 싶은 나의 모습보다 해야 하는 나의 행동을 지향한다. 내담자가 고민하는 부분을 돕기 위해 그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기 위해 그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주기도 해야 한다.


내담자에 대해 생각하고, 상담자로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상담 과정에 대해 생각하고, 나라는 대상에 대해 생각한다. 끊임없이 사고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행정 업무나 회사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영향을 받는다.


나에게 월요일은 스트레스 구간의 시작을, 주말은 불안정한 구간에서 빠져나와 방전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평일 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클수록, 주말 동안 할 수 있는 게 없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도 그만한 에너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늘어지게 자고, 또 자는 내게 월요일은 몸과 마음에 억지로 불을 질러야 하는 날이다.


pexels-city-1283801_1920.jpgImage by Pexels, obtained from Pixabay.


절기상 입추가 지났다. 출근하는 길에 문득 여행지에서의 시간이 떠올랐다. 제주도를 여행할 때마다 길을 걸었다. 하루 종일 걸을 때가 많았다. 피곤한 상태로 저녁에 숙소로 들어가서 씻고 마시는 맥주 한 캔이 그토록 시원할 수 없다. 노곤한 눈으로 휴대폰을 보다 스르륵 잠에 빠져든다.


새벽같이 잠에서 깬다. 전날에 아무리 많이 걸었어도, 술에 취했어도, 알람 소리 없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은 길을 걸으며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 구태여 생각하지 않아도, 되뇌지 않아도 설레는 기분으로 걸음을 옮긴다.


걷는 과정이 즐겁지 만은 않다. 햇볕이 정수리를 태울 듯 내리쬘 때도 있고, 오르막이 거듭되는 길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인적이 드문 구간에서는 겁이 나서 되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에 휩싸이고, 감정에 매몰되고, 감각에 요란을 떨면서도 간다. 나아간다. 오직 걷는다.


내가 하기로 결심한 건, 걷는 일뿐이다. 이따금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도 걸으며 찾아오는 생각, 감정, 감각을 거부하지 않는다. 인식할 뿐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걸음으로 고통스러울 때가 많지만 나는 다시, 또다시 제주를 찾는다. 걷기 위해. 오직 순간뿐인 나를 만나기 위해.


한 주의 시작을, 평일을 지나며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되뇐다. 맡은 역할로 부담감을 느끼던 뻣뻣한 나를 알아주고, 바카라임지기 두려워하던 웅크린 나를 안아준다면, 있는 그대로 머무르고 내려놓으며 살아간다면 매일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맡은 역할에서 바카라임감을 느끼던 뻣뻣한 나를 알아주고, 바카라임지기 두려워하던 웅크린 나를 안아준다면, 있는 그대로 머무르고 내려놓으며 살아간다면 매일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의 월요일은 어떤가요?

되어야 한다고 믿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지는 않은가요?


저는 앞으로 몸과 마음에 불을 지르지 않고,

지르려고 하는 저를 다만 알아주며, 안아주며,

제걸음으로 살아갈까 해요.


스스로 더 이상 해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바람을 느껴보세요.

숨을 깊게 마셔보세요.


우리는 모두 이 순간을 다만 살아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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