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또 기다림의 시간)
주차장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하 2층을 누르고 망설임 속에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다른 사람이 벌써 눌렀다. 와,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에 깜짝 놀랐다. 시간이 소중하지만 이렇게까지! 잠시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기다릴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의 기다림도 멈춤도 아까운 듯, 소중한 시간을 들 볶으며 살아간다. 시간이 소중하고도 지루함을 나타냄은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새 건물 엘리베이터 하고는 다른 기다림의 시간, 참 지루하다. 문이 닫히는 시간도, 내려오고 문이 열리는 시간도 느리다. 새로움에 익숙한 사람이 잠깐의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지루함이다. 잠시의 멈춤도 기다림도 어림없다는 듯이 기다림에 너무(?) 지친 경우가 이런 것뿐이던가?
정지선에서 출발신호는 잠시도 지체할 수 없다. 순식간에 클랙슨이 울린다. 깜짝 놀라 속도를 높이며 도망가고 만다. 미안함도 있지만 보복의 심리도 조금 작용했다. 그렇게 급하면 따라와 보라는 뜻이다.
지인의 이야기, 얼른 비상등을 켜고 차를 내린단다. 뒤차 운전사가 긴장하는 표정, 얼른 차밑을 두리번거리며 차가 고장인듯한 자세를 취하면 뒤차는 얼른 비켜 가고 만다는 무용담이다.
위치가 역전됐다. 앞차가 출발신호에도 멈춰있다. 클랙슨을 누를까 망설이다 아차하고 참아낸다. 지난번에 흉을 봤으니 양심이 말려서다. 느림의 순간도 허다하다.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순서, 왜 이리 시간이 지루할까? 지루해 고개를 들고 안을 들여다본다. 불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밥을 먹었으면 일어나야지 무슨 이야기가 많은지 야속하다. 나 같으면 밖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서 얼른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다.
긴 기다림 끝에 식당에 들어섰다. 밥을 먹으면서 지난 생각은 잊었다. 조금 전의 야속함은 오간데 없이 이야기를 하고, 느긋하게 커피믹스를 즐기고야 일어선다. 사막에 사는 새를 탓할 인간도 아님을 알려준다.
사막의 추운 밤, 밤새 떨며 내일은 집을 지어야지. 사막의 새는 아침을 맞이하며 엊저녁의 다짐을 잊고 또 살아간다. 추운 밤이면 후회를 하지만, 아침이면 따스함에 살아갈만했다. 멀리서 보니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초록불의 시간이다. 헐떡거리며 뛰어서 초록색 불빛에 들어섰다. 이젠, 안심이 되니 당당하게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조금 전의 다급함에 뛰어왔던 마음은 오간데 없이 느긋함을 즐기고 있다. 상황에 따라 이렇게도 쉽게 변한단 말인가?
시간이란 상황에 따라 지루하기도 하고, 빨리 가기도 한다. 내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갈까? 삶의 세월이 순식간에 지났으나 남은 세월은 잊고 살아간다. 세월에 비례해서 시간은 달린다 하지 않던가? 세월은 하루 단위가 아닌, 일주일 단위로 넘어갔다. 일주일 만에 가는 산행이 벌써 돌아왔고, 자전거 타는 날이 또 돌아왔다. 매달 내는 공과금은 또 돌아왔고, 자동차 기름은 벌써 동이 나고 말았다. 세월이 빠르게 지나갔다.
세월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굵직한 나이테만 남았다. 긴 세월이 만든 나이테는 순간의 이어짐이 만든 삶의 흔적이다. 순간도 받아들였고, 지루함도 참아냈다. 순간과 지루함의 이어짐이 만든 나의 세월, 이젠 다급함을 눌러 놓고 여유와 느긋함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서둘러 클랙슨으로 그리고 닫힘 버튼으로 가는 손을 누르며, 생각과 고민도 내려놓고 나에게라도 그럴듯한 어른이 되고 싶어서다.